60대 이상 고령층에 제공된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HF)의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2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금공 정책금융상품인 그린보금자리론에 금융당국의 규제 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주금공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70대 이상 차주에게 40년 만기 그린보금자리론 대출상품이 실행됐다. 주금공 그린보금자리론은 지난해 9월 출시된 상품으로 녹색건축인증 2등급 이상을 받은 경우 연령에 무관하게 최장 40년 만기·우대금리 0.1%포인트(p)를 제공한다.
이달 기준 40년 만기 보금자리론 대출 현황을 보면 60대 이상이 19건(48억원), 70대 이상이 1건(1억원)이다. 30년 만기의 경우 60대 이상이 16건(36억원), 70대 이상이 5건(11억원)이다.
금융당국은 40∼50년 초장기 주담대 상품이 가계부채 증가 원인으로 지목되자 지난해 9월 적극적인 규제에 나섰다. 주금공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초장기 주담대 상품이 가계대출 증가 원인으로 꼽히자 올해 1월 만 34세 이하(만 39세 이하 신혼부부)에 대해서만 만기 50년 주담대를 실행할 수 있도록 보금자리론 업무처리기준을 개정했다.
하지만 보금자리론 업무처리기준에 여전히 구멍이 있었다. 이달 10일 기준 보금자리론 업무처리기준을 보면 만기 40년 주담대의 경우 채무자가 만 39세(만 49세 이하 신혼부부)이거나 담보주택이 2등급 이상 녹색건축물인 경우 대출받을 수 있다. 담보주택이 2등급 이상이면 70대 이상 고령층도 40년 만기 그린보금자리론 대출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강 의원은 대출 기준이 강화됐음에도 주금공 그린보금자리론에 관련 규제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금공은 현재 보금자리론 업무처리기준을 개정 중이라고 밝혔다.
강훈식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5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이 60대에 실행되었다는 문제를 지적한 바 있는데, 그 후 새롭게 출시된 상품에서 고령자에게 장기모기지(주택담보대출)가 집행된 문제가 또다시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한 곳에 적정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집행기관인 주택금융공사는 물론 관리·감독 기관인 금융위원회는 정책금융의 본래 목적에 맞게 세밀하게 상품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