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육박하는 ‘바다 로또’…‘고의 질식사’ 등 법망 허점도

‘바다의 로또’ 밍크고래 혼획…법 경계 모호한 ‘고의 질식사’
엄연한 불법이지만 부검도 무용지물, 실토하지 않는 한 합법

8000만원, 14일 강원 양양 앞바다에서 잡힌 밍크고래 1마리 가격이다. 작살 등 불법 어구에 의한 포획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길이 약 610㎝, 둘레 약 305㎝, 무게 약 2000㎏의 고래는 위판(위촉판매)됐다.

 

동해안 일대에서 밍크고래가 붙잡혀 수천만원에 달하는 비싼 값에 팔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밍크고래가 어업인들 사이에서 이른바 ‘바다의 로또’로 불리는 까닭이다. 현행법상 조업 중 우연히 그물에 걸려 숨진 채 발견된 밍크고래를 판매하는 일은 ‘합법’이지만, 일부러 포획하는 건 엄연한 ‘불법’이다.

사진=포항경찰서 제공

문제는 혼획인지, 포획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합법과 불법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가령 그물에 걸린 고래를 일부러 질식사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포획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선원의 신고 또는 진술이 없다면 밝혀내기 어렵다. 물 밖에서 숨을 쉬고 바다 안에서 잠수하는 고래의 특성상 그물에 걸려 수면 위로 올라가지 못하면 질식해 죽는다는 특성을 악용하는 것이다.

 

속초해경 관계자는 “고래를 사람처럼 부검하면 질식 여부를 알 수 있으나 실익이 없다”며 “게다가 선장이 ‘몰랐다’고 하거나 선원 모두 입을 맞추면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내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경우 영상을 확인할 수 있지만, 어선 특성상 CCTV가 설치된 선박은 거의 없다”며 “결국 외관상 사체에 상흔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에는 선원 진술에 많은 부분을 의존해 조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강원 동해안 일대에서 불법 포획이 적발된 사례는 없었으나 조업 중이던 어선에서 고래가 혼획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해경은 경위 조사를 강화했다. 밍크고래 불법 포획 사례는 고래 고기 수요가 높은 경북 동해안에서 집중해서 발생하지만, 강원 해상에서 혼획된 밍크고래가 주로 경북 동해안으로 유통된다는 점에서 불법 포획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포항경찰서 제공

기존에는 고래 혼획 신고가 들어오면 파출소에서 출동했지만, 지금은 형사팀이 바로 현장에 나가 승선원뿐만 아니라 주변 어선 선장으로부터 진술을 듣는 등 더 상세히 들여다본다. 선장 동의를 받아 항적도를 살펴보고 선박이 다른 장소에서 포획했는지를 확인하며 항로가 실제 진술과 일치하는지도 살핀다.

 

한편 속초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쯤 강원 양양군 기사문항 북동방 약 5㎞ 해상에서 4.99t급 자망 어선 A호가 조업 중 밍크고래를 혼획했다고 신고했다. 이 밍크고래는 길이 약 610㎝, 둘레 약 305㎝, 무게 약 2천㎏이며, 해경이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문의한 결과 수컷 밍크고래로 확인됐다.

 

고래에서 작살 등 불법 어구에 의한 포획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밍크고래는 이날 약 8000만원에 위판됐다. 밍크고래는 해양 보호 생물에 해당하지 않아 위판이 가능하다.

 

속초해양경찰서는 2021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속초·고성·양양·강릉 주문진 해상에서 혼획된 고래를 총 83마리로 추산했다. 지난해에는 참돌고래, 낫돌고래 등 해양 보호 생물로 지정된 고래 7마리, 밍크고래 9마리, 기타 고래 4마리 등 총 20마리가 혼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