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시계는 잠시 멈추거나 기다려주질 않습니다. 특히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에게 응급실 뺑뺑이 사태는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입니다.”
2020년 봄 아들 동희군을 잃은 김소희씨는 7개월째 이어지는 의정갈등 상황에서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언급될 때마다 동희군이 떠올라 괴롭다고 했다.
동희군은 2019년 10월 양산부산대병원에서 편도선 제거 수술 후 2차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가 출혈이 심해져 119구급차에 올랐다. 양산부산대병원 응급실로 향하던 구급차는 병원 측으로부터 “심폐소생술(CPR) 환자를 치료하고 있어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다른 병원을 찾아야했다.
동희군은 20㎞ 떨어진 병원으로 22분간 이동해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렇게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5개월을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소송에 나선 뒤 수사가 시작되면서 “기가 막힌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서부지검에 따르면 CPR을 받던 해당 환자는 동희군 수용 요청 2시간 전에 이미 응급실에서 퇴실해 별도 중환자실로 이동한 상태였다. 병원이 발생하지 않은 CPR 위험을 핑계로 동희군에 대한 응급의료를 기피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김씨는 “저희 아들의 사고가 그저 안타까운 죽음이 아니라 아들의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동희처럼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119 구급차로 이송 중인 초중증 응급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죽는 일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게 해달라”며 “응급실 뺑뺑이라는 부끄러운 단어가 더 이상 언론 방송에 나오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연합회)에 따르면 동희군의 사망으로 2021년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후속 입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정안은 응급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 의무, 수용 불가능 시 사전 통보 의무, 관련 기준·방법·절차 등을 규정했다.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수용을 거부하지 못 하게 한 건데, 문제는 ‘정당한 사유’의 정의 등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안기종 연합회 대표는 “응급기관이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더라도 심폐소생술 중인 초응급환자는 받게 하는 제도와 체계 만들어 달라고, 필요하면 의료진 형사 책임 면제해달라고 5년째 외치고 있는데 아직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희군과 같이 응급환자가 응급의료기관을 찾지 못해 결국 사망하는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응급환자 적정수용 관리체계’ 마련은 필수적”이라며 후속 입법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