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지지율 추락… 尹과 차별화 실패·이재명과 협치 탓?

韓 지지율, 24%→14%, 6개월 새 10%P↓
대통령·국민의힘 지지율과 동반 하락
李, 23%→26%로 3%P 올라 ‘1위 굳히기’
“韓, 尹과 차별화 실패” “애매하게 협치”
의정갈등 중재 성공으로 반등 기대감도

“이재명이랑 싸우라고 뽑아놨더니 협치를 하고 있다.”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취임 두 달을 맞는 한동훈 대표에 대해 내놓은 평가다. 4·10 총선 참패 후 7·23 전당대회 이전까지 무기력함이 지배했던 당내에서는 한 대표에 대한 기대감이 감돌았다. 소위 친한(친한동훈)계가 아닌 당 관계자들 역시 한 대표가 ‘이재명 대항마’로 활약하면 당 지지율 상승이 가능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연합뉴스

하지만 현실은 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은 물론 한 대표의 지지율까지 동반 추락하고 있다. 총선 이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대표와 당 지지율은 올랐던 ‘디커플링’ 현상이 일어났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6개월 전까지 차기 대통령감을 묻는 조사에서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한 대표는 최근 들어 이 대표에게 확실한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지난 3∼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갤럽 9월 1주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 이 대표는 26%, 한 대표는 14%를 차지했다. 총선 1달 전이었던 3월 1주 조사와 비교하면 이 대표는 23%에서 3%포인트 올랐고, 한 대표는 24%에서 10%포인트 떨어졌다. 한 대표 취임 전후를 비교하면 19%(7월 4주)에서 5주 만에 5%포인트 하락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고문은 13일 MBC 라디오에서 “한동훈 개인에 대한 지지도나 기대치가 당대표가 되고 나서 오히려 하락하는 이유는 윤 대통령과 다른 뭔가를 기대했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명확한 차별화도 이뤄질 것 같지 않아 실망감이 있고, 반사이익 일부는 이 대표가 흡수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당정관계 재정립’을 외치며 당선된 후 채 상병 특검법,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의대 증원 유예 등을 두고 대통령실과 부딪히기만 했을 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센터장은 “차별화가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성과가 없는 상황에 오히려 대통령실과 여당이 충돌한다는 인식을 주게 되면서 보수층에게도 불안감을 주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열린 양당 대표 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당내에서도 한 대표가 차기 대권을 노리며 ‘자기 정치’에 골몰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가 아닌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집중하고, 민생·정책 이슈를 부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한 대표가 너무 하고 싶은 게 많은지 정책위의장 같은 발언들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협치는 원내에 맡기고, 본인은 강점인 전투력을 발휘해 이 대표와 확실히 각을 세워야 한다”며 “애매하게 협치를 내세우니 공은 민주당이 가져가고, 당정 간 틈이 벌어지며 공격할 빌미만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대표가 의정갈등 중재로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 대표 측은 한 대표가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하고,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에 대해서도 대통령실과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을 이끌어낸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당이 민심을 전달했고, 대통령실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냐”면서 “앞으로도 당정이 긴밀하게 협의할 거로 기대한다. 결국 민심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했다.

 

다만 추석 전 협의체 출범이 좌초되는 등 의정갈등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한 대표에게 악재가 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한 여권 관계자는 “가장 어려운 과제를 골라서 본인이 주도권을 잡으려 한 것이 패착”이라며 “한 대표가 승부수를 띄울 것이었다면 처음부터 직을 걸고 세게 나왔어야 했다”고 평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도 “한 대표가 정부와 결이 다른 얘기를 하면서 오히려 협상력이 떨어지는 면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