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담배만큼 건강에 나쁜 외로움”…명절이 더 외로운 사람들

‘돈’과 ‘가족’ 없을수록 더 외로워…지난 추석 땐 40대 학원 강사 고독사 발견
가팔라진 1인 가구 증가세…1인 가구 중 80세 이상이 연령대 중 가장 큰 비중
외로움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각국, WHO는 ‘세계 보건 위협’ 선언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연휴, 더 외로운 사람들이 있다.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외로움을 ‘긴급한 세계 보건 위협’으로, 독일 정부는 팬데믹 장기 후유증이자 민주주의를 해치는 요인이라 규정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지난 2월 발표한 ‘외로움 실태조사’를 보면 월평균 소득이 낮거나 주관적 계층 인식이 하층이거나 1인 가구인 경우 상대적으로 외로움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외로움에 특히 취약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해 12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외로움을 항상 혹은 자주 느꼈다는 응답자를 분석한 결과 성별이나 연령에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관건은 ‘돈’과 ‘가족’이었다. 월평균 소득 200만원 미만에서는 상시 외로움을 느꼈다는 응답은 32%로, 월 소득 700만원 이상(15%)보다 2배나 높다. 소득이 아닌 주관적 계층 인식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이는데, 본인이 ‘하’층이라고 한 경우 상시 외로움을 느꼈다는 응답이 22%로 중상층(14%)보다 높다.

 

1인 가구에서 상시 외로움을 느꼈다는 응답은 24%로 2인 이상 가구(18%)보다 약간 높다. 배우자가 없는 경우에도 상시 외로움을 느꼈다는 응답이 높은데, 특히 사별하거나 이혼한 경우 상시 외로움을 느꼈다는 응답이 33%로 기혼(16%)보다 높고 미혼(20%)과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리서치는 외로움이 개인이 선택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문제라기보단 개인이 처한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응답자들은 소득이 높을수록, 또 혼자 살지 않을수록, 사회적 지지망이 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본인의 계층이 중상층이라고 응답한 경우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에 비해 모든 항목에서 사회적 지지망이 ‘있다’는 응답이 10%포인트 이상 높다. 또한 2인 이상 가구를 이루고 있는 응답자가 1인 가구 보다 모든 항목에 대해 사회적 지지망이 ‘있다’는 응답이 10%포인트 이상 높다.

 

외로움 문제는 피할 수 없는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2일 발표한 ‘장래가구추계’를 보면 1인 가구 증가세가 이전 추계보다 더 가팔라졌다. 이는 특히 고령층을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2050년 기준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 비중은 이전 추계에서 39.6%였지만 이번 추계에서는 41.2%로 나타났다. 게다가 2052년에는 1인 가구 중 80세 이상이 23.8%로 연령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도 위기를 인식하고 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다. WHO는 지난해 11월 외로움을 긴급한(pressing) 세계 보건 위협으로 규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담 국제위원회도 출범시켰다.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인 비베크 머시 미국 의무총감은 앞서 외로움이 하루 담배 15개비씩을 피우는 것만큼 해롭다는 내용 등을 담은 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독일 정부는 지난 5월 외로움을 팬데믹 장기 후유증이자 민주주의를 해치는 요인으로 규정하고 경감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영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 전담 부처를 신설했고 일본은 2021년 고독·고립 담당 장관직을 만들었다.

 

한편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는 서울 강동구 한 아파트에서 고독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40대 남성이 발견돼 안타까움을 샀다. 주민들은 남성이 발견되기 전 몇 달간 심한 냄새가 났다고 증언했다. 명문대 출신으로 강남 학원가에서 수학 강사로 일하던 그는 혼자 살다가 추석 연휴를 맞아 방문한 가족들이 숨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