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3사의 올해 영업이익이 16년 만에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세계적인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와 선박 교체 주기가 맞물린 영향이다. 최근에는 한화오션이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까지 물꼬를 트며 국내 조선사 호황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新)조선가 지수’(새로 건조하는 선박 가격을 지수화한 것)는 지난 6일 189.7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인 2008년 9월(191.6) 이후 최대치다. 신조선가 지수는 2008년 9월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가 2021년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연내 192를 돌파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수퍼사이클의 중심에는 친환경 선박이 있다. 17만4000㎥짜리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건조 가격은 지난달 말 척당 2억6200만달러(약 3500억원)로 2020년 12월(1억8600만달러)보다 40.9% 올랐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지키기 위한 해운 업계의 친환경 선박 발주 덕분이다. 아울러 2008년부터 시작된 10여년간의 정체됐던 발주물량도 터져나올 것으로 예상돼 수퍼사이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호황에 힘입어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는 이미 올해 목표를 초과달성한 상태다. 증권사들은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영업이익이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각각 4619억원, 209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조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세계화 물결에 물동량이 폭발했던 2008년 이후 처음으로 2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통상 조선사는 수주잔량 마지노선을 2년으로 잡는다. 배를 주문받고 인도하는 데 2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조선사는 2년치 일감을 갖고 있어야 선박 건조장(독·dock)을 놀리지 않는데 현재 조선 3사가 쌓아둔 수주잔량은 3년~3년6개월치에 달한다.
독이 가득 차면 조선사 이익은 확 늘어난다. 비싼 배만 골라잡는 ‘선별 수주’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사들이 최근 들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암모니아 운반선(VLAC)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힘을 쏟는 이유다. 17만4000㎥ LNG 운반선 가격은 2020년 말 척당 1억8600만달러에서 지난달 2억6200만달러로 40.9% 뛰었다.
최근에는 글로벌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 진출에도 성공하며 국내 조선사의 더욱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기대된다. 지난 28일 한화오션은 국내 조선사 최초로 미 해군 군수지원함 창정비 사업을 수주해냈다. 미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는 4만t급으로 전장 210m, 전폭 32.2m에 이른다.
한화오션의 이번 수주를 통해 연간 약 20조원 규모의 미 해군 함정 MRO 시장 진출은 물론 향후 글로벌 방산 수출 확대의 교두보가 마련됐다. 현재 미 해군은 스스로 해군력 유지 및 증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조업이 쇠퇴하며 1970년대 세계 1위였던 조선업이 오늘날 19위까지 떨어진 탓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BIZWIT에 따르면 글로벌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올해 601억2000만달러(약 80조원)로 평가되며 매년 2.57% 이상의 성장률을 이어가 2030년 705억2000만달러(약 9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