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절단 환자 ‘90㎞ 뺑뺑이’… 추석연휴 의료공백 우려 여전

추석 연휴 이틀째이면서 일요일인 15일 손가락이 문틈에 끼여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50대 남성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당해 90㎞ 떨어진 전북 전주까지 이송되는 일이 벌어졌다.

 

전국 지자체가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주요 병원들이 응급실 등 필수 의료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진 부족에 따른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충북 충주의료원 응급실. 연합뉴스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1분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에서 50대 남성이 문틈에 손가락이 끼여 절단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119구급대는 인근 대학병원 2곳과 종합병원 1곳, 정형외과 전문병원 1곳 등 의료기관 4곳에 문의했으나 환자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이날 광주지역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는 접합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거나 휴무인 탓에 이 환자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사고 발생 2시간이 지난 후에야 94㎞ 떨어진 전주에 있는 한 정형외과에 환자를 이송했다. 병원에 도착한 환자는 접합수술 등 치료를 받고 있다.

 

광주를 제외한 주요 병원 응급실은 대체로 진료에 큰 어려움 없이 평소 주말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강원도 홍천 집에서 머리를 다친 정봉례(86)씨는 강원대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진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들 이건만(62)씨는 “뒤로 넘어진 뒤 구토 증세를 보여 인근 의료기관으로 갔다가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강원대병원을 찾았다”며 “응급실 진료가 축소된다는 소식에 걱정했는데 때마침 뇌 분야 진료를 볼 수 있는 교수가 근무 중이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전·충남·충북·세종지역 대학병원 등 주요 병원 응급실도 정상 운영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10분 충남 천안 순천향대천안병원 권역별응급의료센터 앞에서는 환자 보호자 5∼6명이 벤치에 앉아 진료 순서를 기다렸다.

 

80대 어머니가 오랜 세월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다는 최모(52)씨는 "아침에 어머니 상태가 안 좋아져 119에 연락했더니 곧바로 이 병원으로 이송해줬다"고 말했다.

 

충북 충주의료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추석 연휴에도 묵묵히 환자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 충주의료원 응급실은 당직의사 1명과 간호사 6명, 의료보조인력 1명 등 8명이 지키고 있었고 20여 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충주에 있는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어머니의 건강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119의 도움을 받아 응급실을 찾았다는 김모(64)씨는 "혹시 병원 치료를 못 받을까 봐 속으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충주의료원이 정상적으로 운영을 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수원시 아주대병원 성인응급실에는 의료진 2명, 소아 응급실에는 의료진 1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인천 길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주간과 야간에 각각 3명씩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배치했고 현재까지 응급환자 과밀에 따른 비상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곳은 평소 휴일에 하루 평균 140명가량의 응급환자가 찾는다.

 

인천에서는 응급의료기관 21곳이 모두 가동됐고 의료진을 태우고 서해5도를 비롯한 의료취약지에 출동해 위급한 환자들을 살리는 닥터헬기도 정상 운영했다.

 

전북대병원 전북 권역응급의료센터에도 전체 48병상 중 16병상만 환자가 있었다.

 

다른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익산 원광대병원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 환자 보호자는 "요즘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면 뺑뺑이를 돌 수도 있다고 해서 걱정하면서 왔는데 다행히 진료과 당직의가 있어서 입원을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런 불안감이 없도록 어서 빨리 의료 대란이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을 비롯한 부산지역 대학병원들도 추석 연휴 필수 의료시설을 정상 운영했고 경북대병원, 제주한라병원 제주권역응급의료센터 등 다른 지역 응급실도 진료 차질 없이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었다.

 

강홍제 원광대 의대 비대위원장은 "상급병원의 응급실에 환자가 없는 이유는 배후 진료가 잘 이뤄지고 있지 않아서"라며 "의료진 수가 부족해지면서 당직을 서는 의사들의 전공 분야가 줄어들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