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바뀌어도 출발 안 하는 앞차…운전자 손에는 휴대전화가

경기남부청 최근 3년간 1만여건 적발…대부분 통화·영상 시청

"빠앙"

경기 수원시에서 10년째 택시 운전을 하는 60대 장모 씨는 최근 교통신호 앞에서 경적을 울리는 일이 잦아졌다고 말한다.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뀐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이를 모른 채 출발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차들이 많아서다.

장씨는 이 같은 일이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때문에 벌어진다고 의심한다. 실제 장씨는 옆 차로에 있는 운전자가 휴대전화를 보느라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출발하지 않는 경우를 자주 목격했다고 한다.



장씨는 "고개를 숙여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 정도는 예사로 치더라도 아예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운전자도 심심찮게 봤다"며 "차량 흐름에 방해가 되는 데다 사고 가능성도 높을 거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16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경기 남부지역에서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다가 경찰에 적발된 건수는 2021년 3천50건, 2022년 3천262건, 지난해 4천49건 등 총 1만361건에 달했다.

올해 역시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2천391건이 적발돼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단속은 주로 경찰관이 교통 제어나 거점 근무를 하던 중 운전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을 목격한 경우 이뤄진다. 한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통화를 하거나, 운전자의 시야가 미치는 범위에 영상을 재생해 둔 경우가 적발 대상이다.

운전 중 영상 시청이 일상화된 탓인지 경찰관이 음주단속을 하는 와중에도 계속 영상을 틀어놨다가 적발되는 운전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호 대기 상황이 없는 고속도로에서도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심심찮게 일어난다. 특히 반 자율주행 기능이 있는 차량이 늘면서 고속 주행 중에 영상을 보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전방주시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파악됐다.

도로교통공단이 지난해 여름 휴가철(7∼8월)에 발생한 고속도로 교통사고 896건의 발생 요인을 분석한 결과 사고의 61.4%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등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행위는 도로교통법 49조에 의해 금지돼 있다. 해당 법에 따르면 운전자는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안 되고, 운전자가 볼 수 있는 위치에 지리 안내 및 재난 상황을 안내하는 영상을 제외한 다른 영상물을 수신해 재생하거나 조작해서도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엔 벌점 15점과 함께 승합차는 7만원, 승용차는 6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한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특히나 위험한 것은 운전자의 전방 주시를 방해해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4일 의정부시 장암동에서는 운전 중 휴대전화를 보던 60대 버스 운전기사 A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모녀를 치어 50대 어머니를 숨지게 하는 사고가 났다.

같은 해 10월에는 충북 보은군 당진영덕고속도로를 달리던 고속버스 운전기사 50대 B씨가 휴대전화로 문자를 확인하던 중 앞서가던 15인승 승합차를 추돌해 4명을 숨지게 하기도 했다.

같은 해 5월 10일 안양시 만안구에서 우회전하던 50대 C씨의 트럭이 자전거를 덮쳐 운전자가 숨진 사고 역시 C씨가 휴대전화 사용으로 전방 주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데서 기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전방 주시를 제대로 하기 어렵고, 시야가 좁아져 주변 상황 파악이 늦어진다"며 "따라서 보행자나 다른 차량을 발견하지 못해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