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 고가 시계 사들인 중고업자, 1심 집유→항소심 '무죄'…왜?

항소심 "장물 여부 의심할 만한 사정 없고, 주의 의무 다해"
수원지방법원청사. 뉴시스

 

훔친 고가의 시계를 사들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물업자가 1심과 달리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1부(고법판사 문주형 김민상 강영재)는 업무상과실장물취득 혐의로 기소된 A(44) 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2022년 12월쯤 대전 서구에서 중고물품 매매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 손님인 B(당시 21세) 씨가 가져온 1940만 원 상당의 명품 시계 1개를 시가보다 낮은 금액인 1020만 원에 매수한 혐의를 받는다.

 

B 씨가 판매한 손목 시계는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B 씨는 당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C 씨가 올린 시계 판매 글을 보고 연락해 보증서 사진 등을 미리 받아놓고 대면 거래 당시 시계만 들고 도망갔던 것으로 파악됐다.

 

A 씨가 시계를 매도하는 과정 속에서도 B 씨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자 B 씨는 과거 친구로부터 건네받아 소지하고 있던 20대 친구 명의의 신분증을 제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 씨가 손목시계의 취득 경위, 매도의 동기 및 거래 시세에 적합한 가격을 요구하는 지 등을 살펴 장물 여부를 확인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A 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도 A 씨가 장물인지 여부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고 보고 A 씨에게 금고 4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60시간의 사회봉사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고가의 물건을 20세가량에 불과한 매도인이 구입·소지하거나 처분한다는 것은 통상적인 거래로 보기 어렵다”며 "직업이 무엇인지, 시계 구입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등 상세히 확인했어야 하는데 '단순히 현금이 필요하다'는 말만 믿고 추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B 씨가 자신의 소유가 아닌 신분증을 A 씨에게 제시했던 것에 대해서도 "이 역시 피고인이 형식적으로만 신원확인 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계 매도 당시 제품보증서가 없었는데, 피고인은 그 (제품보증서) 분실 경위 등도 자세하게 확인하지 않았다"며 "과거 업무상과실장물취득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받은 전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A 씨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없다”며 사실오인·법리오해·양형부당을 사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A 씨 입장에선 기본적인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고, 시계 출처와 소지 경위 등을 확인하는 등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해당 시계는 거래 카페에서 같은 모델이 1120만 원에 거래됐고, 매수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1230만 원 선까지 매수 의향이 있다는 글을 올려놓는 등 피고인은 시세에 맞춰 해당 시계를 샀다"며 “해당 시계의 시가를 공소사실에 기재된 1940만 원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B 씨는 피고인이 실시한 신원 확인 조치에 자연스럽게 응했고, 피고인은 이 사건 시계를 취득한 경위를 묻고 보증서까지 확인해 장물이 아닌지 확인했다"며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매도인의 신분이나 물건의 출처 및 소지 경위에 대한 매도인의 설명 진부에 대해서까지 확인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