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드리면 터진다"…금융시장, 美 금리인하 앞두고 ‘과민상태’

17∼18일 이틀간 개최되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전 세계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마침내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단순한 금리인하를 넘어서 2022년 3월부터 이어졌던 공격적인 통화 긴축 기조를 끝내고, 통화 완화로 정책방향을 전환(피벗)하는 신호탄을 쏘는 회의이기에 그 의미는 더욱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통화량 확대에 따른 부작용으로 10%에 가까운 역대급 물가 상승이 발생하자 연방기금금리를 2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인 5.25~5.5%로 올리며 대응한 바 있다. 이후 최근 몇달간 인플레이션이 꺾이는 흐름이 나타나며 마침내 금리 인하가 눈앞에 다가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달 23일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인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통화정책 조정의 시기가 왔다”면서 금리 인하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미국 워싱턴DC 연방준비제도 청사. EPA연합뉴스

관건은 방향이 아닌 어느 정도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할지 여부다. 연준이 금리를 통상적인 수준인 25bp 인하하는 ‘베이비 컷’을 할지, 50bp의 ‘빅 컷’을 단행할지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경제가 속속 경기 둔화 신호를 보이고 있기에 빅컷 전망도 속속 확산하는 상황이지만, ‘빅컷’이 경기둔화를 확정하는 효과가 있는만큼 연준이 굳이 서두르지 않고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다수다. 기준금리 흐름을 예측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25bp와 50bp 인하 확률이 각각 50%씩으로 나타났을 정도로 현재 상황은 예측불허다.

 

이런 금리의 흐름에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는 것은 현재 미 주식시장이 아주 작은 변화에도 큰 변동성을 보이는 ‘과민상태’이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만 해도 7월24일 테슬라 등의 급락으로 촉발된 3.64% 폭락, ‘검은 월요일’이라 불렸던 8월5일 3.43% 폭락, 한 달 만에 또 다시 금융시장에 공포를 불러온 9월3일 3.26% 폭락 등 3번의 3% 이상 급락세를 포함해 무려 7번이나 2% 이상 하락을 겪었다. 주가가 내리기만 했던 것도 아니다. 이 기간동안 2% 이상 주가가 오른 날도 5번에 달한다. 올해 1~6월 상반기동안 나스닥에서 2% 이상 급등이 3회, 급락이 3회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하반기 이후 시장이 얼마나 극단적인 변동성 장세인지 쉽게 느낄수 있다.

 

블루칩 트렌드 리포트의 수석 기술 전략가 래리 텐타렐리는 지난 3일 주가가 3% 이상 폭락한 뒤 “지금 시장은 들어오는 모든 데이터에 매우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데이터 의존성이 매우 높은 시장이 돼 있다”고 이런 변동성의 원인에 대해 분석한 바 있다. 실제로 8월과 9월의 3% 폭락은 모두 미국 노동시장이 냉각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를 시장이 과도하게 해석하며 이루어졌다. 

 

이런 과민한 시장에서 올해 내내 주식시장 흐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금리 발표는 증시에 또 한번 커다란 변동성을 부여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금리 외에도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낸 점도표와 성장률, 인플레이션, 실업률 전망치 등이 동시에 공개된다. 이들 지표 역시 과민한 시장 분위기 속에서 변동성을 키우기 충분한 데이터들이기에 FOMC를 앞두고 긴장감이 한층 커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