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일이 아니지만 일을 하다 보니 점점 재미를 느끼게 되면서 앞으로 음식과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홍 셰프는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다행히 좋은 스승과 경력 많은 선배를 통해 하나부터 열까지 배웠고 이는 오랜 직장생활을 하는 데 든든한 발판이 됐다. 스승들은 칼을 잘 다루거나 불판을 잘 다루는 등 모두 자신만의 화려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홍 셰프는 이런 기술을 다양하게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다. 그러다 무탄의 윤준원 대표를 만나게 됐다. 그와 미래를 그리며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사업의 방향성을 고민한 끝에 무탄에 합류했다.
오랜 기간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서 일하다 보면 사소한 부분에서 여러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규모가 큰 중식당은 개인의 생각을 강하게 표현하는 것보다는 식당의 운영시스템 내에서 위치에 상관없이 양보와 배려, 인내심을 가지며 협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홍 셰프는 현재 ㈜지강플래닝에서 중식당 무탄, 지강 한식당, 보슬보슬 브랜드를 담당하는 총괄 셰프를 맡고 있다. 무탄에서 홍 셰프는 기존 일반 짜장면을 ‘스테이크 트뤼프 짜장면’이라는 프리미엄 메뉴로 차별화했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짜장면, 명품 짜장면, 럭셔리 짜장면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지강플래닝은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중식당뿐만 아니라 다양한 외식업의 많은 경력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또 음식의 기본인 신선한 식자재, 유통관리, 독창적인 메뉴 개발에 힘쓰고 있고 고객관리, 홍보 등 종합적인 운영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고 있다.
지강플래닝의 다양한 브랜드의 메뉴를 개발하고 있지만 홍 셰프가 주로 힘을 쏟는 곳은 바로 무탄이다. 이곳은 처음 오픈하자마자 매장 앞에서 길게 줄 서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순식간에 예약하기 어려운 곳으로 떠오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독특한 메뉴 때문이다. 무탄의 첫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마카롱멘보샤. 멘보샤의 메인 재료는 새우다. 식빵에 새우 반죽을 채워 넣고 튀겨내는데, 새우를 정량 레시피보다 5~6배 더 넣어서 맛과 풍미를 극대화했다. 빵 속에 새우가 많다 보니 조리 과정과 시간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조리 기술이 모자라면 새우는 익지 않고 겉면은 타버리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매우 예민하게 신경을 써야 하는 메뉴다. 또 기존 멘보샤는 사각형 모양인데 무탄의 멘보샤는 마카롱과 비슷한 원형으로 만들었다. 모양과 크기가 매우 크다 보니 ‘뚱카롱 멘보샤’라는 별칭을 고객들이 붙여줬다.
두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스테이크 트뤼프 짜장면이다. 무탄을 검색하면 대부분 나오는 메뉴가 바로 이 짜장면이다. 무탄의 짜장은 정성스럽게 볶은 춘장과 매일 공급받는 양파, 선별한 안심고기를 사용한다. 조리 과정에서 육즙과 양파에서 나오는 채수만 사용한다.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그만큼 춘장 본연의 맛과 풍미가 강하다. 또 다른 중식당과는 달리 면과 짜장을 비벼 먹는 방법이 아닌, 볶아서 내는 방법을 선택했다. 선별된 안심을 적당한 굽기로 정성스럽게 조리해 볶음 짜장 위에 올리고 계란 프라이 위에 트뤼프 슬라이스를 얹어 고객에게 제공한다. 한 그릇에 3만3000원이라 황제 짜장면으로 불리는데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많은 손님이 무탄에서 반드시 시켜먹는 메뉴다. 스테이크와 트뤼프가 빠진 ‘한우 볶음짜장면+프라이’도 스테이크 트뤼프 짜장면처럼 인기 메뉴다. 마카롱멘보샤와 스테이크 트뤼프 짜장면은 기존 일반 중식당에서 다루기 번거로운 메뉴로 대중적인 메뉴를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승화시켜 보자는 아이디어를 통해 나오게 된 메뉴들이다.
회사에서 주방을 벗어나 국내외 여러 식당 및 브랜드의 다양한 메뉴와 시스템을 경험하도록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 홍 셰프를 계속 성장하게 만들고 자극에 반응하게 한다. 셰프는 온종일 주방에서 일하다 보면 타성에 젖기 쉽고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인데,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계속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요리사는 음식으로 증명해야 하는데, 이 음식이라는 것이 왕도가 없다. 그러다 보니 가장 기본이 되는 음식을 오래 할 수 있는 체력과 꾸준한 노력을 기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다. 항상 호기심과 의문을 갖고 긍정적인 자세로 꾸준한 노력을 하는 것이 목표다.
홍 셰프는 자신의 요리가 고객에게 추억과 감동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길 바란다. 주방에서 직원들과 부대끼며 부지런한 하루를 보냈을 때 강한 성취감을 느끼고 맛있게 잘 먹었다는 고객의 감사 인사를 받을 때 스스로 굉장한 만족을 느낀다. 언제나 기본이 중요하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