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 돌아선 엔화… 막 내리는 ‘슈퍼 엔저’

엔·달러 환율이 14개월 만에 140엔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엔화 강세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가 최근 일본이 연내에 금리 인상을 한차례 더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지난 6월 100엔당 850원대를 기록했던 원·엔 재정환율은 최근 900원대 중반까지 치솟는 등 ‘슈퍼엔저’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다.

 

18일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16일 오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일시적으로 140엔선 아래로 떨어졌다. 

사진=뉴시스

이날 엔·달러 환율은 오전에 140.5엔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했으나 정오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오후 1시9분쯤에는 139.99엔까지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이 139엔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4개월 만으로, 엔화 가치가 올해 들어 가장 높아졌다는 의미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7월 초순 160엔대를 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엔화 강세로 인해 하락하고 있다.

 

최근 들어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미일 금리 차이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하에 시장에서 엔화 매수 및 달러 매도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17~18일 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 행보나 0.25%포인트 인하하는 ‘베이비컷’에 머무르리라는 관측이 교차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빅컷 관측이 확산하면서 엔화를 사들이고 달러를 파는 움직임이 우세해졌다고 전했다. 

 

여기에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엔화 강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 나카가와 준코 심의위원은 지난 11일 혼슈 아키타시에서 열린 경제·금융 간담회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나카가와 위원은 경제·물가가 안정적으로 오를 경우를 가정해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완화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는 것을 뜻한다.

 

다만 19∼20일 열리는 BOJ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당장 금리를 변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7월 말 기준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향후 경제와 물가 동향을 지켜보며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BOJ의 또다른 심의위원인 다무라 나오키 위원은 지난 12일 경제·물가 동향이 전망에 부합할 경우 “(금리를) 적어도 1% 정도까지 올려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슈퍼엔저’ 시대가 마무리 수순을 밟으면서 지난달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한달 만에 10% 가까이 줄어들었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 선을 넘어서자 엔화예금 차익실현에 나선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8월 말 기준 1조998억엔으로 집계됐다. 7월 말(1조2112억엔)과 비교해 한 달 만에 1114억엔(9.2%) 감소한 것으로 지난해 10월(1조488억엔) 이후 10개월 만의 최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