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반도체’ 한국산 김 앞세워 14억 인도 입맛 적극 공략 [연중기획-K블루오션을 찾아라]

① 인도·아세안이 기회다

풍부한 자원·저렴한 인건비 갖춘 시장
‘포스트 차이나’로 일찌감치 주목받아
인도 경제, 세계 5위 ‘질주하는 코끼리’
2028년엔 日·獨 제치고 빅3 부상 전망

종교 등 이유로 식물성 제품 수요 높아
간편식 트렌드 더해 김 소비 지속 상승
한국산 김, 점유율 낮지만 잠재력 입증
초코파이는 현지 ‘국민간식’ 반열 올라
세계 양대 무역 강국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 경쟁과 지정학적 위기,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개도국·신흥국)가 국제사회에서 정치·경제적인 중요성을 키워가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도 거대한 인구와 성장 잠재력을 가진 글로벌 사우스는 외면해선 안 될 주요 시장이다. 특히 한국은 최근 위험수위에 오른 인구 감소 추세와 경제성장률 둔화 등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블루오션으로 글로벌 사우스를 주시하고 있다. 세계일보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와 공동으로 우리 대기업, 중견·중소기업이 함께 진출·개척할 가능성이 큰 글로벌 사우스 주요국과 주요 수출 품목을 소개하는 ‘K블루오션’ 시리즈를 연중 보도한다.

“글로벌 사우스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윤석열정부의 향후 통상정책 방향을 담은 ‘통상정책 로드맵’이 발표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1일.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26페이지에 달하는 로드맵의 핵심 내용을 짚어 달라는 기자 요청에 ‘글로벌 사우스’를 꼽았다.



글로벌 사우스는 인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중동,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남반구에 있는 개발도상국을 통칭하는 용어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 격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가운데 글로벌 사우스는 최근 국제무대에서 중간 지대, ‘전략적 균형추’로 부상하며 그 중요성이 커졌다.

정부는 우리 기업 생산기지를 글로벌 사우스 전반으로 확산해야 한다며 유망 진출지로 인도와 아세안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 1위 인구 대국인 인도의 내수시장을 공략하고, 중국에 있는 생산기지를 아세안으로 이전해 공급망 재편에 나서는 전략이다.

인도와 아세안을 향한 높은 관심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팽창하는 중산층과 젊은층, 풍부한 자원, 저렴한 인건비, 높은 경제성장률 등 ‘포스트 차이나’ 대안 시장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통상 전략에서 핵심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인 수출 강국 한국 경제의 미래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인도는 한류 성장성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라고 19일 강조했다.

최근 인도 경제를 수식하는 단어는 ‘질주하는 코끼리’다. 글로벌 신용평가 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현재 세계 5위인 인도 경제가 2028년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3위까지 부상할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코트라는 한류와 현지에서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온라인 시장 덕에 한국의 대기업이 아닌 중견·중소기업에도 열린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기준 인도는 중국,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온라인 시장에 등극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이용자가 1억9000만명에 달한다.

온라인과 한류는 인도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인도에서 ‘K웨이브’는 드라마, 음악을 넘어 게임, 한국어, 소비재 등으로 확장 중이다.

최근에 부상한 유망 수출 품목은 김이다. 최근 코트라는 인도의 조미김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인도의 조미김 시장은 현재 초기 성장단계로 분석된다. 무역통계업체 글로벌 트레이드 아틀라스(GTA)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가 수입한 조미김은 695만6000달러어치로 우리 돈 100억원 규모가 채 안 된다.

다만 최근 인도에선 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코트라 인도 콜카타무역관에 따르면 인도 내에선 해조류에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슈퍼푸드로 여기는 인식이 있고, 인도가 종교 등의 이유로 원래 식물성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 보니 김의 인기가 지난 수년간 지속해서 상승했다. 젊은 노동인구와 가처분소득, 핵가족 등의 증가 추세가 간편식 대중화 트렌드에 기여하면서 김 판매가 늘고 있다.

코트라는 “인도 인구 10명 중 6명이 이미 해조류 스낵을 소비하고 있다. 많은 인도식당에서 김, 미역 등 다양한 해조류를 메뉴에 포함시키는 중”이라며 “인도 소비자들은 조미김을 간편식 옵션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작은 조미김 시트는 직장인들에게 인기 있는 식사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수요는 늘지만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다. 현지 바이어들은 김 시트와 스낵의 경우 유통기간이 짧아 대량으로 수입이 어렵고, 이로 인해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난다고 언급했다. 인도는 식품 보관 인프라가 부족해 바이어로선 유통기간이 수입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검은 반도체’로 불리는 한국산 김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수출액 1조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K푸드 열풍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인도 내 점유율은 미미한 편이다. GTA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조미김 전체 수입액 중 한국(18만5000달러)의 비중은 2.7%로 9위에 머물렀다.

인도 내에 유통 중인 한국 김은 최근 좋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콜카타무역관에 따르면 한국의 비비고·대천김·광천김 등이 현지에서 유통되고 있고 제품 종류도 김 시트, 스낵 등 다양한 편이다. 현지에서 상당한 입지를 확보한 태국 브랜드인 타오케노이가 조미김 포장지에 ‘담백한 맛김’이라는 한글을 적어넣으며 ‘K푸드 무임승차’에 나선 점도 한국 김의 잠재력을 입증하는 사례 중 하나다.

코트라 관계자는 “K블루오션은 초기 단계의 시장에 경쟁력을 갖춘 우리 제품이 진입할 때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인도는 한국 식품에 대한 인식도 좋은 편이다.

 

한국은 2022년 인도에 조제 음료를 가장 많이 수출한 나라였고, 초코파이가 인도의 ‘국민 간식’ 자리를 꿰차면서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10월 인도 현지에 세 번째 초코파이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화장품 등으로의 수출 품목 다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조성중 주인도대사관 상무관은 지난 2월 산업부와 코트라가 개최한 ‘2024 주요 수출시장(아세안·인도) 설명회’에서 인도 진출 전략에 대해 이같이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對)인도 수출은 중간재와 자본재에 집중돼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대인도 수출액의 85.4%가 중간재, 11.1%가 자본재다. 소비재는 2.1%에 불과하다. 지난해 대인도 5대 수출품은 철강판, 반도체, 합성수지, 자동차부품, 석유제품으로 소비재는 없었다.

 

공동기획:세계일보·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