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46) 씨의 곡을 변형한 악보를 발행한 출판사 대표가 이 씨에게 배상하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 8-1부(부장판사 정인재 이의진 김양훈)는 이 씨가 음악 도서 출판사 대표 A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A 씨가 2000만 원을 배상하라”라고 1심과 동일하게 선고했다.
A 씨는 2018∼2019년 이루마의 곡을 보다 쉽게 편집한 후 이를 기록한 악보집 7800부를 발행했다.
이를 알게 된 이 씨는 "동의 없이 곡을 변형하는 행위는 저작인격권 침해"라며 침해행위 중단과 발행 부수, 판매 수량 등 세부 정보를 요청했다. 저작인격권이란 저작물에 대해 저작자가 갖는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는 권리로, '동일성 유지권'이 포함된다.
A 씨는 "독자 수준에 맞춰 악보를 단지 쉽게 바꾼 행위는 사회 통념상 새로운 저작물이 될 정도의 수정으로 볼 수 없다”라며 맞섰다.
이후 이 씨는 2021년 5월 "A 씨가 무단으로 곡 내용·형식을 변형한 악보를 악보 집에 실어 판매하는 등 '동일성 유지권'을 침해했다"면서 5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동일성 유지권은 저작자가 자기 저작물이 본래 모습대로 활용되도록 유지할 수 있는 권리다.
A 씨는 "저작권 협회로부터 저작물 사용 승인을 받았고 학생이나 일반 동호인도 쉽게 연주할 수 있도록 일부 난해한 부분만 편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씨가 해당 곡을 연주할 때마다 변주했기 때문에 '절대적 원본'이 존재하지 않았다"라며 "지난 6~7년간 악보집 판매 인지세를 받았으면서도 아무런 이의 제기가 없었다"라고 편곡을 묵시적으로 동의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1 심은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씨의 명시적 허락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저작물의 내용과 형식을 변경해 저작물에 대한 동일성 유지권을 침해했다"라며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A 씨가 "이 씨가 매번 곡을 변형해서 연주했기 때문에 고정된 저작물이 없다"라며 저작물 변경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재판부는 "이 씨가 변주를 통해 변형을 많이 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씨가 수년간 인지세를 받아오면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악보집 판매에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이라는 A 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 씨가 인지세를 받은 기간 자신의 곡이 무단으로 바뀌었음을 알았다고 볼 수 없다"며 이 부분도 기각했다.
1 심은 이 씨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으로 위자료 2000만 원을 산정했다. A 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도 1심 판단에 오류가 없다고 보고 같은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