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히로히토 일왕보다 먼저 항복 알린 한국어 방송 있었다”

1945년 8월 15일 낮 12시 히로히토 일왕(쇼와 일왕)이 라디오방송을 통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기에 앞서 한국말로 광복을 알리는 방송이 나왔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18일 밝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배 의원은 이날 미국 기록관리청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해당 방송 파일을 공개하며 이같이 소개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당시 미국의소리(VOA)방송은 일왕의 항복 선언보다 4시간 앞서 여러 국가 언어로 일본의 패전 소식을 전했는데, 여기에는 한국어도 포함돼 있었다.

 

VOA 한국어 방송은 “조선 동포 여러분, 일본은 포츠담 선언 조건 전부를 완전히 접수하였습니다”라며 “이 포츠담 선언은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지적한 것입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말씀하시기를, 연합국 군대로 하여금 여러 공격 작전을 중지하라고 명령하였다고 하셨습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후에는 1945년 당시의 애국가도 2절까지 흘러나왔다. 

 

히로히토 일왕이 “미국·영국·중국·소련 4개국에 대해 그 공동선언(포츠담 선언)을 수락할 뜻을 통고케 했다”며 항복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린 것과 달리 한국어 방송은 일본의 ‘항복’과 ‘공격 중지’를 명확히 언급했다.

 

포츠담 선언은 대일본 전쟁 처리 방침에 관한 연합국 공동 선언으로, 일본에 대한 무조건 항복 권고 및 군국주의 배제, 민주주의 회복, 전범 재판, 영토 제한, 비무장화, 군수 공업 폐지 등 내용을 담고 있다. 히로히토 일왕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마침내 제2차 세계대전이 종결됐다.

 

일본의 항복을 알린 한국어 방송 목소리의 주인공은 1942년 VOA의 한국어 방송 편집 주임으로 부임한 고 황성수 국회부의장으로 보인다. 그는 광복 후 국회의원, 제3대 국회 후반기 부의장, 제7대 전라남도지사 등을 지냈다.

 

배 의원은 이 방송 파일의 진위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사들과 함께 연구한 결과 1945년 당시 파일이 맞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박물관 측은 미 정부와 협의해 이르면 올해 안에 국내로 정식 자료 이관 절차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복 80주년인 내년에는 박물관에서 이 방송 파일을 소개하는 코너도 마련하려고 구상 중이다.

 

배 의원은 “우리 한국어를 사용해 일본의 항복을 명확하게 전달한 자료”라며 “애국가를 함께 송출했다는 사실 또한 내용적으로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