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결격사유인데… 마약중독·치매·조현병 의사 면허취소는 0건

마약류 치료보호 뒤 다시 중독된 사례 급증
중독자나 정신질환 의사가 의료 행위하기도

최근 5년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마약류 중독으로 치료보호를 받은 뒤에 다시 치료보호를 받은 인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가 치료보호를 받는 중 의료행위를 한 사례도 있었다.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실이 19일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현황’에 따르면 치료보호를 마친 뒤 다시 치료보호를 받는 인원이 2019년 73명에서 2023년 190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제도는 중독 치료비 지원을 통해 재범률을 낮추고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제도다. 검찰 의뢰(치료조건부 기소유예)와 중독자 본인 또는 가족의 신청(자의)으로 지원을 받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약류 치료보호 기관 입원 및 외래는 2019년 260건에서 지난해 641건으로 4년 만에 381건 증가했다. 입원이 2019년 89명에서 2023년 226명으로, 외래는 171명에서 415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마약류 중독으로 재차 치료보호를 받은 인원은 20대가 5명에서 59명으로, 30대는 12명에서 47명으로 늘었다. 40대는 33명에서 49명으로 증가했다. 최근 5년 동안 연령대별 마약류 치료보호 인원 비중도 20대가 10.4%에서 32.6%로, 30대는 19.6%에서 27.3%로 증가했다.

 

10대 마약사범도 증가하는 추세다. 백종헌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사범 검거인원 중 10대가 1066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 164명, 2022년 294명이던 검거인원이 지난해 크게 상승했다. 다만 올해 촉법소년이 마약 범죄로 적발·검거된 현황을 보면 지난달 기준 4명으로, 지난해 적발·검거된 50명 대비 적었다. 최근 경찰이 마약범죄 수사를 강화하며 적발 건수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인이 마약류 중독으로 인해 치료보호를 받는 도중에 의료행위를 실시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마약류 중독으로 인해 올해 1월22일부터 치료보호를 받기 시작한 의사 A씨는 치료보호가 종료되는 지난 7월6일까지 44건의 의료행위를 했다.

 

이밖에 치매나 조현병이 있는 의사가 의료행위를 하다가 적발된 사례도 다수다. 지난해 알츠하이머를 앓는 의사 34명이, 올해는 지난 7월까지 18명이 의료 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행한 의료 행위는 총 7만3275건이다. 조현병 의사는 지난해 27명, 올해 7월까지 22명으로 집계돼 총 11만826건의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의료법상 정신질환자나 마약류 중독자는 의료인 결격사유 중 하나다. 또 전문의가 의료인으로서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의료인 결격사유가 있을 시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복지부가 2019년 이후 지난 6월까지 5년 반 동안 정신질환이나 마약류 중독을 사유로 의료인에게 면허 취소를 처분한 사례는 없다.

 

서미화 의원은 “정부는 하루속히 정신질환, 마약류 중독 등 의료법에 따라 결격사유가 있는 의료인은 면허 취소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