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서 ‘삐삐’ 동시다발적 폭발…“일본업체 ICOM 상표” 주장 나와

외신들 일본업체 ICOM 상표 부착된 사진 공개

레바논 전역에서 폭발한 무전기(워키토키)에 일본 무선통신기 회사 ‘ICOM’의 상표가 붙어 있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와 뉴욕타임스(NYT), APF통신 등은 18일(현지시간) 레바논 곳곳에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한 무전기에 ‘ICOM’과 ‘made in japan’(일본에서 생산)이라는 상표가 부착된 모습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17일(현지시간) 레바논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폭발한 무전기 잔해의 모습. AFP통신 

이번 사건은 국가 간 교역 공급망이 뚫릴 경우 외부 테러에 취약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폭발한 무전기 모델명은 IC-V82로 추정되며, 이 기종은 2014년 단계적으로 생산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도 관련 사진 3장과 동영상 1건을 분석한 결과 폭발한 무전기가 ICOM의 IC-V82로 식별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헤즈볼라가 이 무전기를 어디에서 구입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ICOM 측은 폭발한 무전기가 복제품으로 보이며 ICOM에서 만든 제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ICOM 미국 자회사의 영업 담당 임원은 AP통신에 ”그것은 확실히 우리 제품이 아니다”며 “V82 모델은 20여년 전에 생산됐고 오래전 단종됐다”고 말했다.

 

앞서 해당 무전기가 대만산으로 알려지자 대만 외교부는 대만 업체인 ‘골드아폴로’가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26만여개에 달하는 해당 모델의 무선호출기를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했지만, 폭발 상황은 결코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레바논의 한 주민이 배터리를 분리한 무선 호출기를 들고 있다. 이 호출기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레바논 전역에서 폭발하며 3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AFP통신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레바논 동부 베카밸리와 수도 베이루트 외곽 등지에서 헤즈볼라가 통신수단으로 사용하던 무전기가 연쇄 폭발하면서 20명이 숨지고 약 3000명이 다쳤다. 피해자 대다수는 헤즈볼라 조직원이었지만 어린이 등도 죽거나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헤즈볼라는 지난 2월 이스라엘이 위치 추적과 표적 공격에 활용할 수 있다며 휴대폰을 쓰지 말라고 경고했고, 통신 보안을 위해 무선 호출기(일명 ‘삐삐’)를 도입해 보급했다. 그 과정에서 교역망이 뚫려 ‘삐삐’ 내부에 폭발물이 심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배후로는 이스라엘이 지목됐다. 뉴욕타임스는 17일 미국과 서방국가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무선호출기 폭발사건의 배후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도 이스라엘군의 비밀 첩보 기관인 ‘8200부대’가 오랫동안 준비한 작전이라고 전했다. 레바논 고위 안보 소식통은 “이스라엘의 해외 정보 기관인 모사드가 헤즈볼라에서 주문한 호출기의 무전기 내부에 소량의 폭발물을 심는 방식으로 이번 사건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아직 폭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과 주요 서방국에 이번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