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조금 미친 사람들/ 카렐 차페크/ 박아람 옮김/ 휴머니스트/ 각 1만7000원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와 함께 체코 출신의 위대한 작가로 손꼽히는 카렐 차페크. 그는 대표작인 ‘R. U. R’ ‘평범한 인생’ 등 소설, 희곡을 통해 미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철학적인 성찰을 보여줬다.
신간 ‘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 ‘조금 미친 사람들’은 차페크의 이런 ‘글발’이 살아있는 영국, 스페인 여행기다. 그의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다른 문화와의 진정한 만남을 보여준다. 오늘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누가 더 화려한지, 누가 더 좋은 것을 가졌는지, 얼마나 많은 곳을 가고 맛난 음식을 먹었는지를 자랑하는 자극적인 여행과 달라 더욱 인상적이다.
‘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은 지루함과 떠들썩함, 인공과 자연, 부와 빈곤이 기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영국을 시니컬하지만 유머러스하게 파헤친다. 저자는 숨 막힐 듯 복닥거리는 런던의 거리와 정체가 일상인 도로를 보면서 인간성의 말살을 눈물겹게 걱정하고, 우울할 정도로 지루한 일요일을 견디기 위해 정처 없이 걷기도 한다. 1924년 출간된 이 책은 유쾌한 여행기임에도 이 여행기는 나치 독일과 공산주의 정권의 탄압을 받기도 했다. 1939년 나치 독일이 체코를 침공하면서 금서가 됐고, 1946년 복간됐지만 곧 또 공산 정권이 금서로 지정했다.
스페인 여행기를 담은 ‘조금 미친 사람들’은 화가, 건축가, 만틸라를 걸친 여인, 플라멩코를 추는 집시, 광란의 투우사, 경이로운 구두닦이 등 열정적이고 어딘가 조금 미쳐 있는 듯한 스페인 사람들에 대한 얘기다. 차페크는 관광객의 시선이 아닌 이웃 주민의 눈으로 스페인을 바라봤다. 플라멩코, 투우 등 스페인 고유의 문화를 존중하며 댄서와 투우사의 동작을 리드미컬하게 그려냈다. 바닥에 발을 딱딱 소리가 들릴 것 같은 댄서들의 움직임과 황소의 목에 창을 꽂아 넣는 투우장의 풍경과 모래 위의 수많은 관중의 함성과 감정을 세밀하고 속도감 있는 언어로 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