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전 → 총격전’…‘러 최고 여성 갑부’ 고려인, 최악의 이혼 협상

러시아에서 최고 부유한 여성으로 꼽히는 타티야나 바칼추크 와일드베리스 창업자가 남편 블라디슬라프의 이혼 과정 중 총격전이 일어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러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인 타티야나 바칼추크(48) ‘와일드베리스’ 창업자. 텔레그램

타티야나는 결혼 전 성이 ‘김’인 고려인이다. 육아 휴직 중이던 2004년 창업한 와일드베리스를 러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키운 자수성가 신화의 주인공이다.

 

지난 7월 남편인 블라디슬라프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 합병 문제 등을 놓고 지속해서 갈등을 빚어왔다.

 

NYT에 따르면 이날 총격전은 모스크바 크렘린궁 맞은편에 위치한 와일드베리스 사옥에서 벌어졌다.

 

이날 남편인 블라디슬라프는 건장한 남성들을 대동하고 협상을 하겠다며 사옥을 찾았다. 그러나 로비에는 타티야나가 고용한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었고 결국 총격전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으로 경비원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을 찾았던 경찰관들도 부상을 입었다.

 

18일(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벌어진 러시아 모스크바 ‘와일드베리스’ 사옥 현장을 보안군 대원들이 지키고 있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러시아 타스 통신이 공개한 현장 영상에는 건장한 남성들이 언쟁을 벌이다 그 중 한 명 이상이 총을 쏘는 장면이 담겼다.

 

블라디슬라프는 러시아 경제매체 RBC에 창고 건설과 관련한 협상 진행을 위해 동료들과 함께 사무실을 찾았지만 입구에서 경비원의 공격을 받았고, 이로 인해 1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타티야나는 즉각 이를 부인했다.

 

타티야나는 텔레그램에 울먹이는 영상과 함께 성명을 올리고 두 사람 간 협상은 계획에 없었으며, 남편이 회사를 급습하려다 실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무장한 남성들이 사무실을 급습해 총격전을 일으켰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죽었다”며 “블라디슬라프, 도대체 뭐 하는 거야? 부모님과 아이들을 어떻게 보려고 그래”라고 호소했다.

 

타티야나 바칼추크 와일드베리스 창업자가 2021년 6월 3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세션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두 사람은 와일드베리스가 러시아 최대 옥외광고 업체인 루스 아웃도어와 합병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와일드베리스의 지분은 타티야나가 99%, 블라디슬라프가 1%를 보유하고 있는데, 블라디슬라프는 합병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타티야나는 지난 7월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블라디슬라프는 이혼의 대가로 와일드베리스의 지분 절반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 수사위원회(RIC)는 이번 사안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