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 터진 임산부·눈 찔린 80대… 응급실 찾아 삼만리

충북 응급실 이송 지연 속출

충북 지역에서 응급실을 찾지 못해 이송이 지연되는 사례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 도내 응급실 운영이 제한적으로 이뤄고 있는 상황에 지역 의료 현장 혼란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43분쯤 청주시 사직동에선 70대 환자가 호흡곤란 증상을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병원 16곳으로부터 거절당하면서 약 2시간 30분 만에 60㎞ 이상 떨어진 평택의 한 병원으로 겨우 이송됐다. 

사진=연합뉴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이송 과정에서 산소를 투여해 환자 상태가 다행히 안정기에 들어갔다”며 “더 늦어졌다면 상태가 다시 나빠질 위험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앞서 같은 날 오후 5시 29분쯤 청주 개신동에서 17주 차 임신부(20대)가 양수가 터져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신고를 접수한 구급대가 인근 의료기관 10여 곳에 연락을 돌렸지만, 환자 수용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임신부는 최초 신고 접수 약 2시간이 지나서야 대전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충북 영동군에선 추석 연휴인 지난 15일 오전 8시 51분쯤 80대 남성이 눈을 찔려 출혈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배후 진료의 부족 등으로 병원 여러 곳에서 수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자 소방 당국은 비상의료관리상황반을 운영 중인 도에 지원을 요청했다.

 

상황을 전달받은 도는 충북대병원에 직접 전화를 걸어 협조를 구했고 휴가 중인 의사가 복귀해 환자는 수술에 들어갔다. 신고가 접수된 지 약 4시간 만이었다. 

 

도내 응급실 이송 지연 사례가 연일 이어지고 있지만 지역 의료 환경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건국대 충주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 여파로 현재 응급실을 평일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로 제한해 운영하고 있다. 야간과 주말·공휴일에는 문을 닫는다.

 

도내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도 내달부터 야간 응급실 운영을 부분적으로 제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어 의료 현장 혼란은 더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병원 관계자는 “의료진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적은 인원으로 응급실을 운영하다 보니 과부하가 걸리는 등 의료진들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