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구호를 내세웠던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전략적 동반관계에 생긴 균열이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다음달 16일 전남 곡성·영광군수와 부산 금정구청장 그리고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에 두 당이 모두 후보를 낸 상황에서 민주당이 ‘이삭줍기’ 등 표현으로 혁신당을 겨냥하고, 혁신당도 민주당을 ‘독점 정당’이라 맞받으면서 ‘감정싸움’ 비슷한 기류까지 일어나는 모습이다.
여기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결정으로 지명직 최고위원이 된 주철현 민주당 최고위원이 20일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열두 차례나 조국 대표를 언급하면서 혁신당을 작심비판하기에 이르렀다.
주 최고위원은 “이틀 전 호남의 공개 석상에서 민주당에 기득권이자 1당 독점 정당이라는 비난 발언이 나왔다”며 “국민의힘의 논평이 아니라 조국혁신당 원내대표의 믿지 못할 기자회견 발언”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조국 대표가 험지인 부산 금정구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를 향해 마치 두 번 낙선한 듯 사실 왜곡도 서슴지 않더니, 원내대표마저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황운하 혁신당 원내대표의 “호남에서 민주당이 기득권이자 ‘1당 독점 정당’” 발언을 정면으로 받아친 것으로 보였다. 자리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유권자에게 제공할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고 강조한 황 원내대표는 “혁신당의 재보궐선거 참여를 불편해하는 목소리가 민주당 일각에서 나오는데, 이는 민주당답지 못할 뿐 아니라 호남 유권자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낡은 기득권 논리”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재보궐선거 지원단장 황명선 의원은 영광군수 재선거에 혁신당 후보로 나선 장현 후보를 두고 ‘이삭줍기’라며 비판했고, 김보협 혁신당 수석대변인이 “민주당의 ‘이삭줍기’ 표현은 품격과 거리가 멀다”고 반박하는 등 텃밭 민심을 둘러싼 두 당의 경쟁이 격해지는 양상이다. 황 의원의 ‘이삭줍기’ 표현은 장 후보의 민주당 탈당과 혁신당 입당 후 보선 공천 등을 겨냥한 과정에서 등장했다.
조 대표는 지난 12일 김경지 민주당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를 겨냥해 “매우 죄송한 말씀이지만 김 후보님은 전에도 두 번 도전했다가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며 비판한 바도 있다. ‘사실 왜곡’이라던 주 최고위원의 반격은 이에 대한 맞불로 풀이됐다.
주 최고위원은 “불과 반년 전 조국 대표는 혁신당 창당 후 호남을 찾아 ‘더불어민주당과 항상 손잡고 연대하겠다’고 단언하더니, 본인 고향 부산을 내팽개치고 민주당 본산인 전남에서 스스로 큰집이라 칭했던 민주당을 상대로 집안싸움을 주도하고 있다”고 거듭 조 대표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어느 조국이 진짜 조국인지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조국 대표는 윤석열 정권에 맞서는 쇄빙선을 자임했던 초심을 되돌아보라”는 경고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