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금투세’ 유예로 가닥…증시 불확실성 해소 계기되길 [논설실의 관점]

민주당 고위인사 잇단 유예 발언
서둘러 결론 내려 악재 제거하길
이참에 폐지 논의도 고려해 봄 직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이 그제 페이스북에 “금투세 시행을 3년 정도 유예해 증시 개혁과 부양의 검증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유예론을 주장한 것은 이언주 최고위원에 이어 두 번째다. 김 수석은 지난달 당 최고위원 선거에 이재명 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1위를 한 대표적 ‘신친명(친이재명)계’ 인사다. 김 수석의 ‘3년 유예론’이 이 대표의 의중이자 향후 당론의 지향점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민주당은 24일로 예정된 금투세 관련 토론회 이후 공식 당론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나, 금투세 강행 입장을 접을 가능성은 가능성은 높아졌다.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뉴시스

금투세 유예에 대해 ‘부자감세’라고 주장해 온 민주당의 입장 선회에는 1400만여 명에 달하는 ‘동학개미’ 소액 투자자들의 집단 반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내후년 총선까지 내다본 전략적 판단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내년 1월로 예정인 금투세 시행을 3년간 더 유예하면 2027년 3월 대선 이후로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청년층과 중도층까지 껴안으려고 한다면 당심이 유예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평소 직접 주식 투자를 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이 대표도 한국 증시의 위기상황을 잘 알고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난 그제 그는 당 의원총회 자리에서 “(고향인 경북 안동을 다녀왔는데)주식 걱정을 하는 분들이 꽤 있었다”며 “한국 주식시장이 다른 나라보다 잘 오르지 않는 데다 떨어질 때는 더 많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여러 원인이 복합돼 있으나 금투세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투자자 혼란과 불안 심리를 가중시킨 걸 부인하기 어렵다. 금투세는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로 발생한 소득 중 연간 5000만원을 초과(해외 주식은 250만원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22∼27.5%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는 세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에 따라 지난해 도입 예정이었지만 여야 합의로 2년 유예됐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하면서 정치 쟁점화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폐지 입장이지만 입법 결정권을 쥔 민주당은 강행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국내 증시는 지수 자체도 그렇지만, 대기 자금이나 거래 대금 등 지표에서도 암울하기만 하다. 외국인 ‘큰 손’들이 떠난 상태다. 올 들어 우리 증시 수익률은 전쟁 중인 러시아 증시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금투세가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며 국내 증시 성장을 막는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금투세 논란이 우리 증시에 더 이상 악재로 작용하지 않도록 서둘러 정치권이 결론을 내야 한다. 금투세 리스크는 벌써 4년째다. 3년 전 여야가 2년 유예를 결정할 때도 질질 끌다가 시행 열흘을 앞두고 유예를 결정했다. 이런 상황을 되풀이해서야 되겠는가. 사실 금투세 유예가 근본적인 해결책일 수는 없다. 유예는 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의 장기화일 뿐이다. 이참에 차리리 금투세 도입을 폐지하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는 걸 고려해 봄 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