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와 60년 함께한 '사형수 대부' 삼중스님 입적

사형폐지 주장…'강자에 관대하고 약자에 가혹한 형벌' 비판

'사형수의 대부' 삼중스님이 20일 입적했다.

삼중스님은 이날 오후 2시 45분 경주의 한 병원에서 만성신부전증으로 투병하다 원적했다고 스님을 모셔 온 측근이 연합뉴스에 전했다. 세수 82세, 법랍 66년.

삼중스님. 삼중스님 측 제공

삼중스님은 1942년 서울에서 출생해 16세에 해인사에서 경산스님을 은사로 출가했고 화엄사, 용연사, 자비사 주지 등을 역임했다.



삼중 스님은 소외된 이들의 생활 현장에서 함께 하는 동사섭(同事攝) 수행을 실천했으며 특히 60년 가까이 재소자 교화 활동을 펼쳤다.

사형수를 상대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사형 집행 현장을 지켜보기도 해 사형수의 대부라는 별명을 얻었다. 삼중스님은 사형제 폐지를 주장했으며 2022년 12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돈이나 권력으로 잘 마무리해서 교도소에 가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힘이 없어서 작은 실수를 하고도 엄청난 형벌을 받는 사람이 지금도 있다"며 한국 사회의 형벌 체계가 강자에게 관대하고 약자에게 가혹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삼중스님은 또 한국인 차별에 항거하여 야쿠자를 사살하고 일본형무소에서 무기수로 복역하고 있던 재일동포 김희로 씨 석방 운동을 펼쳐 그의 석방과 귀국에 기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980년대 초 대구 시립희망원에서 중복 장애인, 부랑아 등을 헌신적으로 돌봤던 최소피아 수녀에게 부처님오신날 거리에서 모금한 성금 40만원을 전하는 등 종교의 벽을 넘어 자비를 실천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삼중스님은 안중근 유해 찾기 운동에도 헌신했다. 그는 수십 차례 중국을 방문해서 백방으로 수소문했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삼중스님을 40년 가까이 스승으로 모시고 근래에는 주3회 투석 치료 때 병원에 동행하기도 한 재가자는 "어려운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스님이셨다. 억울한 사형수도 여러명 살리셨다"고 삼중스님의 활동을 회고하고서 "너무 존경했고 이런 분을 만난 것이 나에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길', '가난이 죄는 아닐진대 나에게 죄가 되어 죽습니다', '사형수 어머니들의 통곡', '그대 텅빈 마음 무엇을 채우랴', '사형수들이 보내온 편지', '사형수의 눈물을 따라 어머니의 사랑을 따라' 등 여러 저서를 남겼다.

스님은 약자를 보살피는 여러 활동 등으로 대한불교조계종 종정표창, 대한적십자사 박애상 금상, 대통령 표창, 국민훈장 목련장 등을 수상했다.

빈소는 동국대 경주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4일이다.

삼중스님이 평소 지녀온 뜻에 따라 화환 및 조의금을 사양하고 별도의 영결식도 생략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