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연임신으로 생긴 다섯 쌍둥이가 태어나는 경사가 났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산부인과 홍수빈·소아청소년과 윤영아·신정민 교수팀이 다섯 신생아 다태아(남자 3, 여자 2) 분만을 성공리에 마쳤다고 20일 밝혔다.
다섯 쌍둥이 출산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2021년 국내에서 34년 만에 다섯 쌍둥이가 태어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날 태어난 다섯 쌍둥이는 자연임신으로 생겨 분만된 국내 첫 사례다.
병원에 따르면 산모는 결혼 후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 찾은 산부인과에서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작은 난포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을 치료해 정확한 배란을 유도하는 첫 치료 후 바로 자연임신이 됐다. 대학생 때부터 커플로 지내다 막 신혼이 된 30대 부부는 다행히 빨리 찾아온 아가에게 태명을 ‘팡팡이’로 지어줬다.
이후 부부는 다섯 쌍둥이라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앞섰으나, 다섯 생명 모두를 지키기로 결심했다. 태명도 다섯으로 구성된 파워레인저에 빗대어 ‘팡팡레인저’로 바꿨다.
체구가 작은 산모는 출산 예정일인 12월이 되기 훨씬 전부터 만삭처럼 배가 불렀다. 임신과 합병된 고혈압성 질환인 전자간증이 진단돼 출산을 더 미룰 수 없게 돼 27주에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했다.
병원 측은 개원 후 처음 있는 오둥이 분만을 위해 산부인과는 물론 마취통증의학과 허재원 교수, 소아청소년과 김세연 교수, 분만실 전담간호사 등 의료진이 철저한 사전 계획을 세웠다. 쌍둥이 제왕절개 수술은 각 태아의 위치와 상태를 고려하고, 태아의 건강 상태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며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술실 밖에서는 곧 세상에 나올 아기들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었다. 첫째부터 다섯째까지 적혀 있는 신생아 발찌, 신생아 기록지, 인큐베이터 모두 각각 5개씩 준비됐다. 신생아 한 명당 소아청소년과 교수, 신생아집중치료실 간호사, 분만실 간호사 총 3명의 의료진이 한 팀을 이뤘다. 오전 11시37분 첫 번째 남자아이가 나오고 곧 울음소리가 수술실에 퍼졌다. 이후 순차적으로 다섯 번째 아기까지 수술실 내 처치를 마치고 집중치료실로 안전하게 옮겨졌다.
분만을 담당한 홍수빈 교수는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인 고위험 산모의 분만이라 걱정됐지만, 분만실까지 와 주신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님들, 외래 마치자마자 수술실로 오신 소아청소년과 교수님 등 여러 의료진이 힘을 모아 주신 덕분에 산모가 계획대로 출산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윤영아 교수도 “신생아 교수진과 간호사들이 사전 준비와 시뮬레이션을 철저히 했던 것들이 주효했다“며 “앞으로 아이들이 건강하게 퇴원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