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선고가 11월 나온다. 이 대표는 최후 진술에서 “내가 이 나라의 적이냐”며 검찰의 공권력 남용을 비판했다. 이날 검사는 각종 비유를 들며 이 대표의 유죄를 주장했고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는 20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11월15일로 지정했다. 2022년 9월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한 지 2년 만에 나오는 결론이다.
◆이재명 “검찰의 권력 남용…법원이 최후의 보루”
이날 진술 기회를 얻은 이 대표는 검찰을 작심 비판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내란사범으로 무기징역으로 장시간 복역했다”며 “저 역시도 칼에 찔려보기도 하고 운이 좋아 살아났긴 했지만 검찰이 사건을 만들어서 절 기소했다”고 말했다.
또 “검사는 자기 자신이 모시는 대통령의 정적이라 해서 그 권력을 남용해 증거를 숨기고 조작해서 없는 사건을 만들어 감옥 보내고 결국 정치적으로 죽인다”며 “제가 이 나라의 적이냐. 저는 국민이 아니냐”고 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국가 공권력을 남용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해 특정인을 표적으로 해 없는 죄를 만들고 고생시킨다”며 “저로서도 엄청나게 불안하다.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만든 게 과연 온당한 거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만들어온 민주주의라는 것도 결국은 검찰의 이런 무리한 권력 남용 때문에 다 훼손되게 생겼다”며 “인권의 최후 보루, 민주주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가 객관적 실체, 진실에 따라서 합리적인 판단을 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아이유·이문세 소환한 검사…이 대표엔 징역 2년 구형
이 대표의 최후 진술에 앞서 검사도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는 의견을 법원에 밝혔다. 검사는 이 과정에서 가수 아이유와 이문세 등을 거론하며 재판부 설득에 나섰다.
검사는 공소사실 중 이 대표가 김문기씨를 모른다고 한 부분에 대해 설명하며 “예컨대 ‘너 아이유 알아?’라는 질문에 모른다고 답한다면 이는 그 연예인에 대한 인식에 관한 것이지, 어떠한 행위에 관한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A라는 사람과 열애설이 난 연예인에게 기자가 ‘A를 아냐’라고 질문했을 때 ‘모른다’고 답한다면, 이는 열애라는 교유 행위를 부인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가수 이문세의 노래도 등장했다. 검사는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 가사를 인용하며 “‘그 사람 나를 보아도 나는 그 사람을 몰라요, 그대 나는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 합니다’라는 노랫말이 이 대표의 입장과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이 대표 측 변호인이 만화 캐릭터 ‘도라에몽’을 언급하며 응수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 재판에는 수사기록에도 없는 증거가 다수 있다”며 “마치 도라에몽이 (4차원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듯이 필요할 때마다 ‘이런 것 있어요’ 하면서 하나씩 꺼내 쓴다”고 했다.
이어 “‘김문기가 기억 안 난다’고 말한 게 거짓말이라고 기소한 것은 궁예의 관심법 기소”라며 “내가 네 마음을 다 읽고 있어, 너 거짓말하잖아, 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선거법 외 3건도 재판…위증교사 30일 결심
이 대표는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22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나와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 김문기씨를 알지 못한다’로 말했다는 이유로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이 대표가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의 압력에 따라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용도변경했다고 한 부분도 검찰은 허위라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사건 외에도 3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위증교사 사건과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이 각각 진행 중이다.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은 수원지법에서 심리 중이다.
위증교사 사건은 30일 결심공판을 진행한다. 이 사건은 이 대표가 2019년 2월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위증을 종용했는지가 쟁점이다.
이 대표는 2002년 검사 사칭 사건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이 사건에 대해 “누명을 썼다”고 말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무죄를 받기 위해 김씨에게 위증을 요구했다고 보고 있다.
그외 ‘대장동 재판’은 크게 네 사건이 병합돼 있어 지금까지 50여차례 공판이 열렸지만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대북송금 재판은 정식 재판을 앞두고 준비기일 절차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