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극한호우'…예상보다 근접한 열대저압부가 원인

제주 남쪽 지나가려던 열대저압부, 방향 틀어 제주와 남해안 사이 관통
경남 창원 '1시간 104.9㎜'…'호우 긴급재난문자'도 4차례 발송
한라산엔 사흘간 '660㎜'…섬과 해안 중심 '태풍급 강풍'

가을 폭염이 물러나니 폭우가 찾아왔다.

21일 오전 9시 현재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시간당 30~50㎜, 나머지 지역엔 시간당 10~30㎜ 호우가 내리고 있다.



전날부터 곳곳에 장마 때처럼 '극한호우'가 쏟아졌다.

20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북면의 도로에서 가로수가 쓰러져 소방당국이 안전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경남 창원엔 이날 0시 20분부터 1시간 동안 비가 104.9㎜나 퍼부었다.

1985년 7월 창원에서 지금과 같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9월 1시간 강수량으로는 역대 최고치에 해당한다.

충남 서산엔 20일 오후 10시 25분부터 1시간에 비가 99.1㎜가 내렸다.

이 역시도 서산의 9월 1시간 강수량 역대 최고치다.

충남 서산에 지난 20일부터 21일 오전 5시까지 249㎜의 물 폭탄이 쏟아진 가운데 서산시 읍내동 저지대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현재 수도권·전남·경북을 대상으로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운영 중인데, 전날부터 총 4차례나 발송됐다.

호우 긴급재난문자는 '1시간 강수량 50㎜ 이상이면서 3시간 강수량 90㎜ 이상인 경우' 또는 '1시간 강수량 72㎜ 이상인 경우'에 읍면동 단위로 발송된다.

전날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누적 강수량을 보면 제주 한라산 삼각봉엔 총 501.5㎜ 비가 내렸다. 제주는 19일부터 비가 내려, 19일 강수량을 합하면 삼각봉엔 지금까지 66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창원엔 20일부터 326.4㎜, 서산에 262.9㎜, 천안에 213.6㎜, 부산에 208.5㎜ 등 충남과 경남에 이틀간 200㎜ 넘는 비가 내렸다.

영남에 많은 비가 오면서 낙동강 유역 곳곳엔 홍수특보도 발령됐다.

대전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21일 오전 서구·유성구 일대 도안신도시를 관통하는 진잠천에 많은 물이 흐르고 있다.

서울은 20일부터 누적 강수량이 80.9㎜, 경기 수원은 141.5㎜, 인천은 70.6㎜, 강원 강릉은 139.3㎜, 대전은 159.1㎜, 세종은 126.3㎜, 충북 제천은 98.2㎜, 광주는 116.7㎜, 울산은 94.4㎜ 등이다.

섬과 해안을 중심으로 태풍이 지날 때처럼 강풍도 불었다.

전북 군산 말도에는 21일 오전 4시께 최대순간풍속이 29.7㎧(시속 약 107㎞)를 기록했다. 태풍 중에서도 '중형' 태풍의 최대풍속과 맞먹는다.

충남 예산 원효봉과 제주 한라산 삼각봉에서도 순간풍속이 시속 100㎞가 넘는 강풍이 불었다.

원래 예상된 비와 바람보다 더 강한 비바람이 몰아쳤다.

호우특보 발령 현황. 기상청 제공

이는 제14호 태풍 풀라산에서 약화한 열대저압부 경로가 달라져서다.

이 열대저압부는 애초 중국 내륙에서 서해로 다시 진출한 뒤 제주 남쪽 해상을 지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중국 내륙에 자리한 건조공기에 가로막혀 예상보다 중국 내륙으로 깊숙이 들어가지 못하고 방향을 틀면서 제주와 남해안 사이를 지나는 것으로 보인다.

열대저압부가 우리나라에 더 근접하면서 북태평양고기압과 함께 더 많은 고온다습한 공기를 공급했고, 이 공기가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와 강하게 충돌하면서 호우로 이어졌다.

수도권과 강원내륙은 이날 늦은 오후까지, 충청과 호남은 저녁까지, 영남은 밤까지 강수가 계속될 전망이다.

전국에 집중호우가 이어지고 있는 21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길을 걷고 있다.

강원동해안·강원산지·경북북동산지·경북북부동해안 등 백두대간 동쪽과 제주는 각각 22일 밤과 23일 새벽까지 비가 이어지겠는데, 남해안을 스치듯 지나는 열대저압부(저기압)와 우리나라를 차지한 찬 고기압에서 동풍이 불기 때문이다.

충남남부내륙과 충북, 전라동부, 경상서부내륙 등 일부 내륙지역은 22일 오후 소나기가 쏟아질 수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