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사내 노조가 파업을 벌인 가운데 해외 사업장에서도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인도 법인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10여일째 파업 시위를 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 타밀나두주 첸나이 인근 삼성전자 가전공장에서 직원들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 9일 이후 12일째 조업을 거부 중이다.
삼성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첸나이 공장은 삼성이 인도에 새운 공장 2곳 중 1곳이다. 삼성은 인도에서의 수익 120억달러(약 16조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제품을 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현재 직원 2000명 가량 가운데 파업에 가담한 인원은 60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평균 월급 3만6000루피(약 58만원)을 받고 있는데 3년 간 100% 단계적 인상과 근로시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새로 꾸린 노조를 인정해달라고 주장 중이다.
외신에 따르면 인도에서 이런 집단행동이 발생한 건 2021년 애플 위탁업체인 폭스콘과 위스트론 공장 파업 이후 처음이다.
공산당 계열의 인도노동조합센터(Citu) 한 간부는 “노동자들은 회사가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무기한 파업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새로 결성된 삼성인도노동복지노조(SILWU)는 인도노동조합센터에 속해 있다.
이들은 “회사가 텔레비전과 냉장고, 세탁기 같은 제품 생산을 10~15초 만에 끝내도록 다그친다”며 “노동자들이 안전하지 않은 조건에서 쉬지 않고 4~5시간을 일한다”고 주장했다.
삼성 인도지사는 이에 대해 “노동자들이 쉬지 않고 네 시간씩 일하도록 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며 “모든 노동자들은 적절한 휴식시간을 보장받는다”고 반박했다. 또 “(제품 생산이 컨베이어 라인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특정 시간 안에 끝내도록 요구하지 않는다”며 “회사는 모든 법률과 규정을 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시위하고 있는 직원들의 공장 접근을 막아 달라며 주 지방법원에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삼성 측이 법원에 낸 문서를 인용해 “(이런 집단행동이) 공장의 원활한 운영과 직원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며 “(회사 점거를 허용할 경우 파업) 활동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인구가 약 14억명에 달하는 인도는 삼성이 공들이고 있는 시장으로, 생산기지뿐 아니라 연구개발(R&D) 센터를 두고 소비 시장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 최대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지난 7월 사측이 제시한 평균 임금인상률 5.1% 등에 반발하며 사상 첫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전삼노는 임금인상률 6.5%, 특별성과급 200%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파업 동력이 약화되고 전삼노의 대표교섭 지위 문제가 발생하면서, 지난 8월 총파업 선언 25일 만에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