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꿈꾸는 11살 꿈나무·홍일점 여군… 드론축구 열전

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성황리에 열린 2024 드론축구대회엔 많은 선수가 모인 만큼, 이색적인 이력을 자랑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미래엔 드론 국가대표 선수로 발돋움해 태극마크를 꿈꾸는 ‘최연소 참가자’를 비롯해 현역 군인들로 이뤄진 팀 속에서 중책인 골키퍼를 맡은 ‘홍일점’ 여자 군인도 조종기를 들고 실력을 뽐냈다.

 

21일 경북 포항직업전문학교서 열린 이번 대회엔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14개팀(2팀 불참), 80여명의 참가자가 모여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경기에 나선 참가자들은 오로지 자신이 조종하는 드론볼만 바라본 채 경기에 진지하게 임했다. 10대 학생도, 40대의 어른도 모두 같은 마음으로 양보 없는 혈전을 펼쳤다.

이태희 군, 이태영 군, 소영주 하사(왼쪽부터). 이재문 기자

고사리 같은 손으로 넓은 조종기를 잡으면서도 정교한 드리블 실력을 뽐낸 대회 ‘최연소’ 이태희(11)군의 눈빛은 누구보다 진지했다. 그간 유소년 대회 전용으로 크기가 작은 드론볼을 몰던 이 군은 최근 이번 대회 출전을 확정하며 ‘형’들이 사용하는 일반 드론볼을 조종했다. 이진성 감독의 지도에 귀를 기울인 이 군이 맡은 역할은 ‘가이드볼’이다. 상대 수비진의 균열을 내며 팀 내 골잡이의 득점을 도와야 하는 공격 선봉장이다. 가장 빠르면서, 가장 강력하게 상대 드론볼과 부딪힌다.

 

이 군은 이런 드론축구의 매력에 푹 빠져 이젠 국가대표 선수까지 꿈꾼다. 이 군은 “드론볼을 이용해 상대를 박고, 미는 것에 쾌감을 느낀다”며 “점점 요령도 생기는 것 같다. 언젠가 드론축구 국가대표 선수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아버지가 비행기 조종사인 이 군은 9살인 2년 전 드론을 접한 뒤에 온통 드론 축구 생각뿐이다. 이 군이 속한 ‘퀸비’팀은 예선전서 2승 1패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음에도 같은 조에 속한 ‘학생드론’팀이 전승을 차지해 토너먼트 무대에 진출하진 못했다.

 

이 군 옆에는 또 다른 국대 꿈나무가 멘토를 자처했다. 고등학교 1학년의 이태영 군은 1부 프로 무대에서 뛰며 올해 연말 국가대표 선발을 노리고 있다. 그는 “드론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좋아했다. 드론 축구는 2년 전 입문해 매진하고 있다. 레이싱 대회도 나가본 적 있다”면서 “드론축구로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 1위까지 오르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압도적인 우승팀 ‘이카르스’ 주장 김재이(16) 군도 드론 축구는 아니더라도 드론 산업의 미래 인재다. 김 군은 “드론 택배, 드론 택시 등 미래엔 도심항공교통(UAM)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드론볼을 바쁘게 옮기고, 고치던 팀의 홍일점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군인들로 모여 이날 2위의 영예를 안은 블랙팔콘의 소영주(24) 하사가 그 주인공이다. 육수도군단 공중정찰중대 무인 항공기(UAV) 부대 소속인 그는 5명의 선수 중 유일한 여자다. 군대서 장비운영관인 그는 이날도 드론볼 장비들을 섬세하게 챙겼다. 아쉽게 결승전서 패배해 준우승에 머물렀으나, 골키퍼인 그는 골대를 대회 내내 든든하게 지켰다.

 

소 하사는 “3년 전 임관한 군인이다”면서 “대학생 때 취미로 드론 축구를 접했었는데, 입대 후 2년 전부터 팀이 생겨 본격적으로 대회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론 축구의 매력은 긴장감 속에서도 언제나 짜릿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