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차로 허용” vs “축제 취소”…대구퀴어축제 두고 가처분 공방전 [지역 이슈]

성소수자 단체가 여는 문화축제인 대구퀴어문화축제 개최를 앞둔 가운데 주최 측과 반대 측이 각각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며 갈등의 골이 깊어 지고 있다. 축제 조직위는 행사 당일 '2개 차로가 아닌 1개 차로 이용 통고' 처분에 반발해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데 이어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인근 상인들과 종교단체는 "행사 자체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준비 중이라 법정 싸움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대구 퀴어문화축제 행진을 벌이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22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제16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28일 '꺾이지 않는 퍼레이드'를 주제로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다. 축제 조직위는 지난달 말 경찰에 집회 신고를 마쳤다. 신고 인원은 모두 3000명이다.

 

경찰은 지난 5일 축제 조직위에 '총 2개 차로인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1개 차로와 인도 일부를 주최 측이 축제에 사용할 수 있다'고 통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나머지 1개 차로는 축제 당일에도 대중교통 운행이 계속되도록 유도할 예정”이라며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시민 통행권은 지켜주겠다는 방안을 고려해 결정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축제 조직위는 이에 반발해 지난 19일 경찰의 집회 제한 통고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법원 결정은 이르면 24일 나올 것으로 보인다. 축제 조직위 측은 "집회 제한 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있는 데다 집회 제한의 이유가 없다"며 "집회가 공공 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줄 우려 역시 없다"며 가처분 신청 이유를 밝혔다.

 

조직위 관계자는 "축제를 1개 차로로 진행할 수 없는 만큼 집회 제한 통고는 사실상 금지 통고"라면서 "인도로 내몰릴 수천 명의 안전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라고 반발했다.

 

지난해 대구퀴어축제 행정대집행 현장이 경찰과 공무원간의 충돌로 혼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퀴어축제 반대 측도 맞불 가처분 신청을 예고했다. 대구퀴어반대대책본부와 동성로 상점가 상인회, 대구경북다음세대살리기학부모연합 등은 조만간 법원에 퀴어축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환 퀴어반대대책본부 사무총장은 "1개 차선으로 퀴어축제를 여는 것도 허용이 안 되며, 집회 취소를 원안으로 가처분 신청을 낼 것"이라면서도 "재판부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예상돼 경찰 측의 집회 제한 통고를 받아들여 줄 것과 함께 집회 시간 축소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퀴어문화축제 당일 축제장 인근에서 대규모 반대 집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대구시도 축제 조직위가 개최 장소를 변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에 따르면 집회가 열리는 토요일 기준 14개 노선 1891대의 버스가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지나간다. 시는 해당 노선의 일평균 이용객 수가 모두 9만1490명인데, 축제로 인해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집시법에 따라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집회가 금지 또는 제한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해 달라고 대구경찰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