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호섭의전쟁이야기] 현대전의 전형,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군사적 특징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어느덧 1년이 되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가자지구를 침공하였으나, 목표였던 하마스 제거와 가자지구의 안정화는 요원해 보인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의 매우 복잡한 정치적, 역사적 맥락에 기원을 둔 이 전쟁은 결국 최첨단 무기체계를 사용한 고강도의 전면전과 민간인이 동원된 원시적인 비대칭전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현대전의 양상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첫째, 전쟁의 고강도화이다. 가자지구 안정화라는 이스라엘의 목표에 비추어볼 때 이 전쟁은 ‘민심 얻기’를 목표로 하는 대반란전의 저강도 전쟁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압도적 전력의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하마스가 민간인을 이용한 인간 방패 전략으로 맞서면서 현재까지 팔레스타인에서 6만여명, 이스라엘에서 6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고강도 전쟁이 되었다.

가자지구 내 하마스가 이용했던 지하통로를 순찰하는 이스라엘군의 모습.

둘째, 출구전략의 부재로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다. 하마스의 궤멸은 베트남전쟁 당시의 베트콩처럼 하마스가 지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정치·군사적 조직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



셋째, 확전의 위험성이 존재한다. 전쟁은 이란, 헤즈볼라, 후티 반군 등의 개입 가능성으로 인해 중동 전체로 확전될 수 있다.

넷째, 비대칭 전쟁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스라엘군은 드론을 활용한 정밀 타격과 철저한 군사작전으로 하마스를 효과적으로 소탕해왔으나, 상대적으로 매우 열세한 군사력을 지닌 하마스는 인간 방패 전략과 게릴라전술로 대항하고 있다. 이에 전쟁의 주도권은 이스라엘이 쥐고 있지만 민간인 피해를 극대화해 국제 여론의 동정을 유도하여 이스라엘의 군사적 정당성을 훼손하고자 하는 하마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여론과 정보를 형성하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지전’의 중요성과 한계를 동시에 볼 수 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의 인도적 위기를 강조하며 국제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형성하려 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테러 피해와 자국민의 인질 문제를 내세워 그들의 군사적 대응이 정당함을 강조한다. 하지만 첨예한 갈등이 일상화된 양측에게 인지전이 상대에 큰 타격을 줄 정도의 전략적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심호섭 육군사관학교 교수·군사사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