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비철금속 기업인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영풍·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에 맞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우군 확보’에 나섰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최 회장 측이 지분 33.99%, 영풍 장형진 고문 측이 33.13%를 가져 양측이 엇비슷한 상황이다.
재계의 관심은 최 회장이 대항공개매수를 추진할지에 쏠린다. 영풍이 MBK와 손잡고 약 2조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7∼14.6%를 공개매수할 계획을 밝히면서 최 회장으로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추가 지분 확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선 방어를 위해 고려아연 측도 최대 2조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최 회장이 ‘외부 세력’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려아연과 협업 중인 현대차, LG, 한화 등 기존 최 회장 측 ‘백기사’(우호 지분)는 최 회장의 경영권 유지에 찬성표를 던질 뿐, 직접 대항공개매수에 추가 자금을 투입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 측에 합류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곳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다. 고려아연은 소프트뱅크가 처음 투자한 스위스 에너지 기업인 에너지볼트에 2022년 600억원을 투자하며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최 회장이 주식 담보 대출을 검토하거나, 글로벌 사모펀드 운영사들과 접촉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MBK 측에서는 최 회장이 조단위 자금을 조달하기에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경영 정당성을 주장하는 양측의 여론전도 이어지고 있다. MBK는 전날 “고려아연 이사회의 기능은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라고 저격했다. 최 회장이 이사회 결의를 받지 않고 중학교 동창 친구인 지창배 대표가 운영하는 원아시아파트너스에 약 5600억원의 고려아연 자금을 투자한 점 등을 꼽았다.
고려아연은 이날 영풍을 향해 “사망 사고와 중대재해 문제로 최근 대표이사 2명이 모두 구속된 상태에서 누가 (공개 매수) 결정을 내린 것인지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고 맞불을 놨다. 또 영풍은 대표이사 구속과 각종 환경 오염으로 ‘제재 백화점’ 낙인이 찍혔다고 비판했다.
양측 분쟁의 1차 분수령은 24일이 될 전망이다. 지난 20일 고려아연 주가는 공개매수가(66만원)를 11.4% 웃도는 73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MBK는 공개매수 종료일인 다음달 4일 열흘 전인 24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시세보다 공개매수가가 낮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커진다. 24일 이후 가격을 조정하면 공개매수 기간이 연장돼 최 회장 측에 시간을 벌어주게 된다.
고려아연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