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듣고 AI 개발… 시각장애인의 도전

구글 AI SW 엔지니어 서인호씨
2022년 입사 후 최근 美 본사 발령
“장애인 위한 비디오게임 만들 것”

“나와 같은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앱(애플리케이션)과 같은 서비스(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꿈입니다. 기회가 되면 창업도 해보고 싶고요.”

구글에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서인호(28·사진)씨는 2022년 1월 구글코리아에 개발자로 입사 후 최근 구글 본사로 발령받았다. 23일부터 출근을 위해 추석 연휴이던 지난 16일 미국에 왔다.



서씨는 5살 때 녹내장 합병증으로 한쪽 눈 시력을 잃었다. 그리고 3년 뒤 다시 다른 쪽 시력을 잃어 세상을 볼 수 없게 됐다. 앞을 볼 수 없는 까닭에 서씨는 컴퓨터 모니터를 직접 보면서 코딩하는 다른 개발자들과 달리 소리를 듣고 코딩한다. 모든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꿔주는 소프트웨어 ‘스크린 리더’는 그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그는 “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속도가 느려 그만큼 시간 투자를 더 많이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래도 음성을 다 들어야 하기 때문에 눈으로 훑으면서 놓치는 오류를 잡아낼 수 있다”며 자신만의 강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는 기대와 함께 걱정도 적지 않다. 당장의 일상생활과 앞으로 회사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체력이 잘 받쳐줄까, 낯선 곳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등 하루에도 수십번씩 생각하게 된다.

그의 첫 번째 목표는 장애인이 할 수 있는 비디오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다. 서씨는 “장애인들도 오락 문화가 필요한데 사실 없다시피 하다. 특히, 시각장애인들도 게임을 매우 하고 싶어 하는데 볼 수 없어서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얘기를 담은 책 ‘나는 꿈을 코딩합니다’도 출간했다. 어린 시절 시력을 잃었지만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익히고 한계와 편견에 싸우며 현재 엔지니어로 성장하기까지의 얘기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