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극한 호우’가 쏟아지면서 전남 장흥군에서 1명이 숨지고 7개 시도에서 1500여명이 대피하는 등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0일 0시부터 22일 오전 6시까지 경남 지역에는 평균 278.6㎜의 장대비가 쏟아졌다. 창원은 이 기간 529.1㎜에 달해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김해(426.8㎜), 고성(417.0㎜)에는 400㎜가 넘는 강수량을 기록했다.
전남 지역에도 거센 가을비가 내렸다. 전남 여수산단에 401.5㎜가 쏟아졌고, 장흥(339.3㎜), 순천(331.5㎜), 강진(313.9㎜)에서는 300㎜를 넘는 강수량을 기록했다. 제주 한라산 일부 지역에도 700㎜ 넘는 폭우가 내렸다. 전남 진도에서는 21일 1시간 강수량이 112.2㎜를 기록하며 9월 시간당 강수량 역대 1위에 올랐다. 창원에서는 이날 하루에만 397.7㎜의 비가 내려 1시간 강수량이 104.9㎜를 기록했다. 이 정도 양의 비는 200년에 한 번 내리는 정도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이번 폭우는 제14호 태풍 ‘풀라산’이 약화한 뒤 만들어진 따뜻한 저기압이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와 만나 강한 장마전선(정체전선)을 만든 것이 원인이 됐다. 이날 태풍급 저기압이 동해로 일찍 빠져나가면서 폭우는 멈췄다.
극한 호우에 인명·시설 피해가 잇따랐다. 장흥에서는 이날 오전 11시35분쯤 장흥읍 평화저수지에서 A(8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전날 오후 장흥읍 자신의 주택 근처에서 배수로에 빠져 실종됐다. 경찰은 A씨가 불어난 물에 배수구를 발견하지 못하고 급류에 휩쓸려 숨진 것이 아닌가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22일 오전 6시 기준 7개 시도 46개 시군구에서 1014세대 1501명이 긴급대피했다. 도로침수는 107건이 발생했는데, 부산 사상구에서는 전날 땅꺼짐(싱크홀) 현상이 일어나 원인파악 및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주택은 170곳이 침수됐고, 농경지 4116㏊가 호우로 농작물 도복(쓰러짐) 및 침수 피해를 입었다.
21일 오후 10시쯤 경남 창원시 산호동에선 높이 약 3m의 옹벽이 무너져 인근 빌라에 거주하던 30세대 54명이 행정복지센터 등으로 대피했다.
비가 그친 뒤에는 기온이 내려가며 기록적인 늦더위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아침 최저기온이 11∼21도로, 지난 주말보다 2∼5도 떨어지겠다. 당분간 기온은 평년(최저 11~19도, 최고 23~26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가을 날씨를 보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