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좋은 날 콘서트 선택해줘 감사”… 아이유, 21·22일 콘서트 앙코르 ‘더 위닝’ 개최

“길었던 여름이 가고 반가운 가을에 시작했습니다. 이 좋은 날, 저를 위해 콘서트를 선택해 줘서 감사합니다.”

가수 아이유가 지난 22일 서울 마포 서울월드컵경기장(이하 상암구장)에서 열린 ‘2024 아이유 HEREH 월드 투어 콘서트 앙코르 : 더 위닝(2024 IU HEREH WORLD TOUR CONCERT ENCORE : THE WINNING)에서 공연장을 찾은 팬들에게 전한 말이다.

 

아이유는 지난 3월 2일 서울 케이스포돔(KSPO DOM·옛 체조경기장)을 시작으로 5개월동안 18개 도시를 도는 월드투어 ‘더 위닝(THE WINNING)’을 진행했다. 이날과 21일 상암구장에서 열린 공연은 월드투어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공연이었다. 마지막 공연이기 때문에 아이유의 무대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은 물론이고 팬덤 ‘유애나’, 그리고 아이유 모두 기대를 했다.

하지만 공연은 시작하기도 전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상암구장 잔디 논란이 나오면서 잔디 관리를 위해 아이유 콘서트를 취소해달라는 민원이 국민신문고에 접수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아이유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는 △좌석 배치 △22일 공연 후 곧바로 철수 △잔디보호대 설치 등 상암구장 잔디 보호 계획을 밝혔음에도 축구팬들의 원성은 가라앉지 않았다. 심지어 아이유팬들과 축구팬들 사이 온라인 비방까지 벌어졌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EDAM 측은 공연 당일까지 잔디는 물론이고 상암구장 시설물 보전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아이유도 공연 중에 “쓰레기를 출구 쪽에 큰 쓰레기통을 준비했으니 그곳에 버려달라”고 부탁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이날 상암구장에 5만여명이 찾았지만, 공연 뒤 모습은 비교적 깔끔했다.

공연은 오후 7시쯤 시작됐다. 어느새 하늘은 어둑해졌으나 상암구장은 여전히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이 만들어낸 소리와 움직임으로 부산했다. 3분 뒤 상암구장 모든 불이 꺼졌으며, 최근 발표한 미니앨범 ‘더 위닝(The Winning)’의 대표곡 ‘홀씨’가 무대에서 흘러나왔다. 어두워졌던 상암구장은 응원봉이 만들어내는 오색찬란한 불빛으로 가득했다.

 

이후 주황색과 흰색 스팽글(반짝이)로 꾸며진 미니 원피스를 입은 아이유가 리프트를 타고 등장했다. 리프트는 상암구장 사방에 설치된 와이어에 연결돼 공중으로 들렸으며, 아이유는 가사 ‘다 날 볼 수 있게 날아 줄게 한가운데’처럼 상암구장을 날아다녔다. 공연 1부 힙노틱(Hypnotic·최면을 거는 듯한)이 시작된 것이다. 이날 공연은 5개의 주제로 나뉜 뒤 어울리는 곡들로 채워졌다. 월드투어의 첫 시작을 알린 지난 3월 케이스포돔 공연과 같은 구성이었다.

 

하지만 규모는 더욱 커졌다. 5만여석 규모에 맞춰 상암구장 곳곳을 채운 알록달록한 조명, 거대한 전광판, 그라운드 앞뒤로 꾸며진 무대 등.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차별이라면 아이유와 유애나가 함께 만들어낸 무대. 5만여명의 목소리는 하나가 돼 아이유와 함께 노래를 불렀으며 그 소리는 상암구장에 가득 울려 퍼졌다.

‘홀씨’로 공연의 포문을 연 아이유는 ‘잼잼’ ‘어푸’ ‘삐삐’ ‘오블리비아테’로 1부를 마무리했다. 2부 에너제틱(Energetic·활동적인) 준비를 위해 잠시 무대를 내려간 아이유는 리프트를 타고 다시 등장, ‘셀러브리티’를 부르며 그라운드석을 날아서 가로질러 뒤쪽 무대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블루밍’ ‘에잇’을 잇달아 불렀다. 잠시 숨을 돌린 아이유는 “‘더 위닝’을 위해 특별히 넣어본 곡”이라며 ‘라일락’을, “날 사랑해 주는 팬들에게 같은 마음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 작사한 곡”이라며 팬송 ‘관객이 될게(I stan U)’를 불렀다. 이어진 무대는 이번 앙코르 공연에서 처음 선보인 신곡 ‘바이 서머’. 아이유는 일렉트로닉 기타를 연주하면서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3부 로맨틱(Romantic·낭만적인)은 아이유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영상과 노래 ‘마음’으로 시작했다. 이어 흰색 레이스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아이유는 ‘하바나’ ‘너의 의미’ ‘밤편지’를 부른 뒤 흰색 왕관과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라스트 판타지’를 들려줬다.

 

4부 엑스테틱(Ecstatic·황홀해 하는)에서는 수천개의 드론과 함께한 ‘쇼퍼’ 무대를 시작으로 ‘비밀’, ‘너와 나’, ‘러브 윈즈 올’을 불렀다. 마지막 곡으로 ‘러브 원즈 올’을 선택한 것에 대해 아이유는 ‘이 투어의 가장 큰 주제를 담당하는 곡”이라며 “이 곡을 부를 때면 목이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다. 쉬게 되는데 이 노래를 녹음할 때도 아픈 날 녹음했다. 그게 담겨있어서 그런지 살짝 쉰 목소리로 부르는 게 더 이입이 잘 된다”고 비화를 소개했다.

5부이자 앙코르 무대인 히로익(Heroic·영웅적인)에선 ‘쉬..’로 시작했다. 아이유는 “가수 인생에서 단독 콘서트 100회째 되는 날”이라며 “상암에서 이렇게 많은 분들과 큰 공연을 하는 날이 100번째인가 했는데 진짜다. 99번째도 좋아하고 101번째도 좋아하고 가수 입장에선 똑같지만 팬들 중에 누가 세워줬단 뜻이다. 감사하다. 100일 잔치 같은 공연에 와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노래로 열심히 했으니 전달됐을 거라 생각한다. 진짜 덕분에 해냈다. 월드투어도 했다. 여러분 아니었으면 못했을 것”이라며 “홀씨 같은 마음으로 오래 살아남는 가수가 되고 싶다. (월드투어로 인해) 세상 구경 잘 하고 왔다. 좋은 음악으로 녹여 오겠다”고 전했다. 아이유는 ‘스물셋’ ‘홀씨’에 이어 앙앙코르(앙코르 이후 또 앙코르)로 ‘스트로베리 문’ ‘가을 아침’ ‘언럭키’를 열창하며 월드투어를 마쳤다.

한편 아이유는 지난 3월 케이스포돔을 시작해 요코하마, 타이베이, 싱가포르, 자카르타, 홍콩, 마닐라, 쿠알라룸푸르, 런던, 베를린, 방콕, 오사카, 북미 뉴어크, 애틀랜타, 워싱턴 D.C., 로즈몬트, 오클랜드, 로스앤젤레스, 그리고 이날 상암구장까지 월드투어를 진행했다. 상암구장에서는 양일간 10만여명이 공연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