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뺀 여·야·의 협의체 제안한 민주당, 혼란 더 부추기나

더불어민주당이 그제 대한의사협회(의협) 지도부와 간담회에서 정부를 뺀 여·야·의 협의체 출범을 제안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워낙 강경한 입장인 만큼 정부를 빼고 여·야·의만이라도 한 번 만나서 대화하자”고 임현택 의협 회장에게 제안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협상 불가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어 답답해한 분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이야기한 것”이라며 발언 수위를 낮췄지만, 정략적, 퇴행적 접근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박주민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 위원장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당 입장에서 최고의 선택은 여·야·의·정 협의체”라면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만찬에서 한 대표가 빈손으로 오면 그때는 여·야·의 협의체 등에 대해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이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의대 증원을 추진하는 정부를 빼고 여·야·의 협의체를 가동한다는 게 말이 되나. 여·야·의·정이 다 모여 머리를 맞대도 해결이 어려운 마당에 실무를 책임지는 정부를 배제하고 어떻게 해법을 찾겠다는 건지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를 무력화하고, 정부와 여당을 갈라치기해 정치적 이익을 챙기겠다는 노림수 아닌가.



민주당의 입장이 오락가락해 혼란을 부추기는 것도 문제다. 애초 여·야·의·정 협의체를 통해 해법을 찾자는 제안은 박찬대 원내대표가 먼저 해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도 국민 모르게 밀실에서 여·야·의 협의체를 제안한 건 자기모순, 자가당착 아닌가. 민주당과 의협은 이 자리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 논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고 한다. 이재명 대표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인정해야 한다고 해놓고 의사들 손을 들어주는 건 무책임하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것은 공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8개월째 지속하는 의·정 갈등을 해결하려면 상식적, 합리적인 수순을 밟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 생명이 위협받는 만큼 민주당이 지금 할 일은 의료 정상화를 바라는 민심을 받들어 우선 의사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 이 사태를 정치적 잣대로 바라본다면 민심의 역풍을 맞을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책임도 막중하다. 이제는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의·정 갈등의 실효적 해법을 제시할 때가 됐다. 권력·자존심 싸움으로 허송세월하다간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