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연구자 “사도광산 전시물에 조선인 강제노동 명기해야”

“현 전시물엔 조선 통치·동원 합법이라는 日정부 사고 반영”

조선인 강제노동 문제를 연구해온 일본 연구자가 23일 올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사도광산의 조선인 노동자 전시 시설과 관련해 한국 측의 주장대로 “강제노동을 명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도 광산과 조선인 노동’ 저자로 조선인 강제동원·강제노동 문제를 연구해 온 역사 연구자인 다케우치 야스토 씨는 이날 일본 시민단체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온라인 토론회에서 일본 정부에 이같이 촉구했다.

 

일본 사도광산 인근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전시된 한반도 출신 노동자의 삶에 관한 내용.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는 ‘사도광산·조선인 노동 전시를 묻다’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사도광산 인근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설치된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실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강제노동 부정 자세가 관철된 전시”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강제노동 부정을 추인(追認)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 전시물에서는 일제가 1938년 제정한 국가총동원법에 따라 조선인의 노동은 있었지만, 일본의 조선 통치와 통치 아래 동원도 합법이지 강제노동이 아니라는 일본 정부의 사고방식이 반영돼 ‘강제노동’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전시 조선인의 노무 동원 강제성을 인정하고 강제노동을 명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한국이 요구한 ‘전체 역사 반영’ 조치로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전시실에 1940∼1945년 조선인 노동자 1519명이 사도 광산에서 근무했으며 그들은 일본인보다 암반 뚫기 등 위험한 작업에 종사한 비율이 높았다는 설명문을 게시했다. 또 당시 조선총독부 관여로 노동자 모집, 징용 등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전시실에 조선인 징용의 강제성을 보여주는 표현이 없어 문제라는 지적이 한국에서 제기됐다.

 

다케우치 씨는 아이카와 향토박물관뿐 아니라 사도광산 안내시설인 키라리움 사도와 사도광산의 근대 코스 등에서 조선인 강제노동 전시를 추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와 함께 다케우치 씨는 니가타현 등에 사도광산에서 일했던 한반도 노무자 명부 공개를 촉구하고 이 명단을 한국 정부에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니가타현립 문서관은 니가타현이 지역 역사서를 편찬하는 과정에서 촬영한 ‘반도 노무자 명부’ 마이크로필름을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