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화합 계기 기대했는데… 되레 커진 尹·韓 ‘불협화음’

대통령실 ‘독대 거부’ 안팎

용산, 韓 독대요청 공개 상황에 불쾌감
韓측 “의도적 사전 노출 없었다” 반박
진실공방 양상… 흠집난 신뢰 수면 위
최대 현안 의대 정원 이견도 암초 작용

대통령실 “새 지도부와 상견례 성격”
만찬회동 발표 때와 미묘한 온도차
‘지지율 반전 기회인데 찬물’ 반응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독대가 결국 불발되면서 당정 화합의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지도부 만찬이 오히려 양측 이견만 노출하는 자리로 전락했다. ‘여·야·의·정 협의체’ 등 만찬 의제에 대한 관심이 독대 논란으로 옮겨가면서 양측이 만나기도 전에 실점을 하는 ‘마이너스 회동’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2박 4일 간의 체코 순방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으로 입국하며 마중 나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불발 원인, 독대 공개와 현안 이견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체코 순방에서 귀국도 하기 전 언론에 한 대표 측의 독대 요청 사실이 먼저 공개된 상황을 불발 사유로 꼽는 분위기다. 여권 한 관계자는 23일 통화에서 “한 대표가 정말 독대를 하는 게 목표였다면 조용히 제안하고 기다릴 수 있었을 텐데 윤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이를 언론에 먼저 공개한 의도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 대표 측 박정하 비서실장은 이와 관련, 당 공보실을 통해 “한동훈 지도부는 독대 요청을 의도적으로 사전 노출한 바 없었음을 재차 확인드린다”고 밝혔다. 독대 요청을 받은 쪽에서 직접 혹은 제3자를 통해 언론에 흘렸을 가능성을 제기한 셈이다. 독대 논란이 진실공방 양상으로 번진 것은 물론 당정 사이에 흠집 난 신뢰 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통령실의 독대 거부 배경에는 당정이 의대 정원 문제를 둘러싼 이견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양측이 독대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그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도 대비해야 한다는 고민이 독대 거부 결정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당초 대통령실은 24일 만찬이 “폭넓은 소통의 자리가 될 것”이며, 아울러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당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민생현안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이번 독내 논란으로 소통은커녕 ‘불통’ 이미지만 덧씌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야의정 협의체, 합의점 찾기 어려울 듯

 

이날도 대통령실 관계자는 만찬에서 특검법 등 정치적 현안이 논의되는지를 묻는 말에 “현안들 논의는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이번 만찬은 무엇보다도 지도부가 완성된 이후에 하는 상견례 성격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신임 지도부를 격려하는 자리”라고 부연해 지난번 만찬 회동 발표 때와는 미묘한 온도 차를 보였다.

 

특히 최대 현안인 의료 개혁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이날도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이미 입시가 시작돼 현실적으로 변경 불가능한 사안”이라며 “2026년 이후에는 의료계가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하면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또 “의료계 설득을 당정이 협력해서 조속히 가동하겠다는 것이 당정이 같은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 대표가 던진 2025학년도를 포함한 정원 재논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입장이다.

 

독대 논란이 불거지면서 최근 동반 하락 중인 당정 지지율을 반전시킬 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반응도 대통령실 안팎에선 나온다. 한 여론조사기관 전문가는 “여권 지지층 30% 중 20%는 윤 대통령을, 나머지 약 10%는 한 대표를 지지하는 상황”이라며 “이 두 그룹을 합치지 못한다면 당정은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당 일각 “독대 공개 안타까워…긴밀 협의 우선”

 

당내에서는 독대 논란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나와 “(독대가) 사전에 공개됨으로써 양쪽 다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통상적으로는 대통령과 만나 이런 대화가 있었다고 추후에 공개를 하면 훨씬 더 신뢰성도 높아지고 좋아질 텐데 곤혹스러운 상황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5선 윤상현 의원도 SBS라디오에 나와 “독대 요청을 했다, 이게 언론에 나오는 것 자체가 좋은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선 한 대표에 대한 비판도 터져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당 장악력이 있어야 믿고 독대하지, 당 장악력도 없으면서 독대해서 주가나 올리려는 시도는 측은하고 안타깝다”고 적었다. 이철우 경북지사도 “독대보다 신뢰회복이 우선”이라며 “앞으로도 집권 여당답게 당과 용산이 긴밀하게 협의하는 것이 우선돼야 국민으로부터 믿음직한 여당으로 부각”된다고 했다.

 

반면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MBC에서 “의료문제를 포함해 국민께서 우려하시는 산적한 문제들이 있다”며 “당과 대통령실 사이에 풀어야 할 여러 문제가 있어 독대가 필요한 시기이고, 그래서 한 대표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