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고 싶었다’던 홍명보 “전강위 1순위 추천에 마지막 봉사 다짐”

10년 전 열린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실패 이후 “도망가고 싶었다”던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전력강화위원회에서 1순위로 추천했기 때문에 봉사하려는 마음으로 수락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감독 수락 이유에 대해 “전강위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내용을 알 수 없다”면서도 “사령탑 후보 2, 3위였으면 감독직으르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홍 감독은 “2월부터 내 이름이 거론되며 팀과 팬들이 흔들렸고, 나에게 아무런 제안이 없었기 때문에 대표팀 감독에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울산 HD 감독으로 팬의 응원과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축구 인생 40년 중 가장 힘들었을 때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였다”며 “대표팀 감독 자리가 얼마나 힘든 자리인지 알기에 도망가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이임생 기술총괄 이사가 찾아와 면담할 때 한국 축구가 맞은 어려운 점을 외면하기 힘들었다”며 “10년 전 가졌던 책임감과 사명감이 안 나올 줄 알았는데 면담 후 나와 마지막 봉사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의 연봉은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감독이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은 채 감독에 선임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축구협회 정관 등에 따라 △각 분과위원회는 7인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되지만 홍 감독 선임을 결정한 전력강화위원회(전강위)는 정해성 전 위원장의 사퇴 등으로 정족을 채우지 못한 점 △각 분과위원회 위원은 다른 분과위원회 위원을 겸임할 수 없지만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이사가 전강위원장을 겸임한 점 △이 이사가 홍 감독을 찾아가 감독직을 부탁하며 면접 등 절차를 생략한 점 등이 문제가 됐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네 계모임이나 동아리만도 못하다”며 절차를 위반해 감독을 선임한 축구협회를 비판했다.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 출석해 대화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정 회장은 “감독 선임 절차에 위법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 역시 “(정해성 전 위원장의 사퇴 등으로 자신을 감독으로 임명한 전강위에 대해) 자격이 없다거나 역할이 끝났다고 볼 수 있지만 문제는 없다”며 “전무이사로 감독 선임 과정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불공정하거나 특혜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은 “절차는 중요한 것”이라며 “잘못된 건 지적하고 감독의 거취 문제는 축구협회가 결정해야할 문제”라고 경고했다. 문체부는 다음달 2일 관련 조사에 대한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