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마음이 이긴다, 우리는 변할 수 있다, 세상은 도움을 필요로 한다.’ 어찌 보면 도덕 교과서처럼 들리는 이야기가 더 절실해지는 시간이 오고 있는 것 같아요.”
넷플릭스 영화 ‘무도실무관’은 선한 이들이 몸 바쳐 범죄자 집단을 막는 이야기다. 이 작품의 각본·연출을 맡은 김주환 감독은 영화가 호평받는 데 대해 현시대가 이런 메시지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삶이 더 어려워지고 혼탁해지기에 ‘무도실무관’ 같은 권선징악의 이야기가 앞으로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전자발찌를 찬 전과자를 24시간 감시하는 무도실무관의 활약을 그린다. 주인공인 청년 이정도는 태권도에 검도, 유도까지 도합 9단의 무술 실력을 갖췄다. 아버지의 치킨집에서 즐겁게 배달일을 하던 그는 우연히 무도실무관을 구해주고 함께 일하게 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아동성착취 범죄자들과 맞서면서 인간적으로 한층 성장한다. ‘무도실무관’은 지난 13일 공개된 후 글로벌 비영어 영화 부문 1위에 올랐다. 사흘 만에 83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추석 연휴에 관람한 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의 공공의식과 공익을 위한 헌신을 상기시키는 영화”라며 “젊은 세대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무도실무관이라는 낯선 직역을 다룬 데 대해 “경찰관, 소방관 등 사회질서를 위해 헌신하는 분들을 계속 존경했다”며 “무도실무관이란 직업을 알게 되고 나서 계속 속에 갖고 있던 소재였다”고 전했다.
“집에서 구박받는 백수 한량이 삶에서 안정과 꿈을 찾는 이야기는 계몽적이고 가르치려는 태도 같아요. 소소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청년이 그 안정된 세계를 벗어나서 타인을 위해 뭘 할 수 있는지 질문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청년들에게 (무도실무관처럼)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열정, 저력, 용기가 있다고 믿습니다.”
이 영화의 전반부는 밝고 긍정적인 태도가 지배적이지만 이후 아동성착취 범죄가 등장하면서 어둡고 무거워진다. 김 감독은 해외 기사들을 찾아보며 범죄 내용을 구성했다. “현실은 많이 참담했다”고 한다. 범죄의 무거움과 끔찍함을 최대한 자제해 표현하려니 고민이 컸다. 동시에 다양한 국적·연령·성별의 관객이 스토리텔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수위도 찾아야 했다.
액션 연출은 ‘관객이 봤을 때 진짜같고 와 닿는가’, ‘화려함을 위한 액션이 아닌 캐릭터에 맞고 캐릭터의 성장이 있는 액션인가’에 주안점을 뒀다. 그 결과 무도실무관들이 아동성착취 범죄자들과 싸우는 장면은 아슬아슬하고 살벌하기 그지없다. 관객 상당수가 ‘경찰을 왜 안 부르는지 의아했다’고 후기를 남길 정도로 처절하다. 김 감독은 “이정도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혼자 해결하길 원했다”며 “본인이 친구와 아빠에게 그런 의지를 보였고 결국 혼자 이겨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영화에 보호관찰소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담은 데 대해 “교정직·보호직의 처우개선만 얘기하려던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질서를 지키는 모든 분들이 그런 난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해서 영화에 담았다”고 한다. ‘무도실무관’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일부에서 시즌2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시즌2는 생각을 못 했는데 기회가 주어지면 당연히 할 것”이라는 그는 앞으로도 대중과 소통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