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 앞세운 예고된 참사”… 檢, ‘화성 아리셀 화재’ 박순관 대표 등 구속기소

기업 대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두 번째 구속기소
‘23명 사망’ 화재…전지 단락으로 인한 연쇄 폭발
아들 박중언 본부장 등 7명도 재판행…“최악 참사”

23명의 화재 사망자를 낸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와 그의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이 24일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박 대표에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을 적용했는데 기업 대표가 이를 위반해 구속기소 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구속되는 박순관 아리셀 대표. 연합뉴스

이번 화재의 원인은 전지 단락으로 인한 연쇄 폭발로 파악됐으나, 최초 폭발한 전지가 불에 타버려 단락이 발생한 이유가 특정되지 않았다. 다만, 검찰은 아리셀 측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다수의 전지들을 소분하지 않고 적재하거나 전지 발열 검사를 생략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조치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은 것이 연쇄 폭발과 대규모 인명 피해를 야기한 것으로 판단했다.

 

수원지검 전담수사팀(차장검사 안병수)은 박 대표를 산업재해치사(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이날 재판에 넘겼다. 또 박 총괄본부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방해,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아울러 아리셀 임직원 등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아리셀 등 4개 법인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각각 불구속기소 했다.

 

박 대표는 올해 6월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유해·위험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박 총괄본부장 등은 전지 보관 및 관리(발열감지 모니터링 미흡)와 화재 발생 대비 안전관리(안전교육·소방훈련 미실시) 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대형 인명 사고를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아리셀 화재 유가족 등이 경기남부경찰청 앞에서 박순관 아리셀 대표의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2021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무허가 파견업체 소속 근로자 320명을 아리셀 직접생산 공정에 허가 없이 불법 파견받은 혐의도 받는다.

 

또 불법 파견업체로부터 숙련되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다수 받아 고위험 전지 생산 공정에 안전교육 없이 즉시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로 숨진 23명 중 20명은 파견근로자였고, 대부분이 입사 3∼8개월 만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리셀은 안전·보건 예산은 최소한으로 편성·집행하고, 담당 부서 인력을 감축했으며, 안전보건 관리자 퇴사 후에도 약 4개월간 공석으로 방치했다. 이후 전지에 대한 기본지식도 없는 직원을 형식적으로 안전보건 관리자로 임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박 총괄본부장 등이 생산 편의를 위해 방화구획 벽체를 임의로 철거하고 대피 경로에 가벽을 설치해 구조를 변경했으며, 가벽 뒤 출입구에는 정규직 근로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잠금장치를 설치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24일 화재가 난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 소방관들이 배치돼 있다. 오상도 기자

이밖에 박 대표 등은 파견근로자의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불법 파견 적발을 우려해 산업재해 조사표를 제출하지 않는 등 은폐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박 총괄본부장은 이번 화재와 별개로 방위사업청과 전지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전지 성능이 미달하자 시료 전지 바꿔치기, 데이터 조작 등 위계로 국방기술품질원의 품질검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방위사업청에 대한 사기 혐의를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