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그제 딥페이크 성범죄 근절을 위한 청소년성보호법 및 성폭력방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디지털 성착취물로 아동, 청소년을 협박하면 각각 3년,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형량을 올린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아동, 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 필요한 경우 경찰관이 신분을 숨긴 채 용의자에게 접근해 증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국회가 오래전에 했어야 할 일인데 이제야 겨우 상임위 통과가 이뤄졌으니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다.
딥페이크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거짓 콘텐츠를 뜻한다. 특정인의 얼굴을 음란물과 합성한 가짜 사진·영상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여성인 피해자들은 극심한 성적 수치심에 시달린다. AI 기술 발달로 누구나 손쉽게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게 되면서 미국, 영국 등은 진작 그 심각성을 깨닫고 처벌 규정을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보완 입법을 했다. 반면 우리 국회는 정쟁에 매몰돼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가 최근 피해가 급격히 확산하자 비로소 대책 마련에 나섰으니 한심한 일이다. 여야 의원들은 “좀 더 일찍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면 다수의 성범죄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새겨듣기 바란다.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은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 유포의 진원지로 지목된다. 사용자 정보의 철저한 보호에만 집착해 사용자가 텔레그램을 범죄 도구로 활용해도 그냥 놔두고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 또한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프랑스 검찰은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 최고경영자(CEO)를 체포한 뒤 재판에 넘기는 강수를 뒀다. CEO의 처벌 위기에 직면해서야 비로소 텔레그램은 “각종 불법행위에 연루된 사용자의 전화번호 등 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기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프랑스 정부의 단호한 태도는 ‘그 어떤 플랫폼 기업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우리가 모범으로 삼을 만하다.
이번에 국회 여가위를 통과한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여야가 합의한 만큼 법안 통과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이제 중요한 것은 엄정한 집행과 후속 조치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른 만큼 온갖 신종 수법을 동원해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시도가 기승을 부릴 것이다. 수사기관은 범죄자들을 엄중히 처벌하고 혹시 사각지대는 없는지 살펴보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