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차 등 100종목 구성… K디스카운트 해소될까 [뉴스 투데이]

베일 벗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

성장 기대·주주환원 기업 등 선별
30일부터 지수 실시간 제공 계획
11월 ETF 선봬 자금 유입 활성화

정부 추진 밸류업 프로그램 연계
기업들 참여 저조해 과제도 산적
전문가 “지배구조 개선 노력 필요”

선진국과 비교해 부진한 성장을 보인 국내 주식시장을 끌어올리기 위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첫선을 보였다. 이 지수를 성장이 기대되고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을 선별하고, 11월부터는 이를 기초로 한 선물,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이 대거 출시되면 국내 증시로 연·기금을 비롯한 자금 유입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구상이다. 다만 증시 수급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정부가 추진하는 일련의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에 투자자, 상장기업, 금융권이 얼마나 호응할지 물음표가 따른다.

 

한국거래소는 24일 100개 종목(코스피 67개·코스닥 33개)으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30일부터 시장에 실시간으로 제공된다고 밝혔다. 이 지수에는 국내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정보기술 종목이 24개로 가장 많이 포함됐고, HMM과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산업재 20개, 셀트리온과 한미약품 등 헬스케어 12개, 현대차와 기아 등 자유소비재 11개 등이 담겼다. 밸류업 공시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금융주는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10개만 포함됐는데,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가 고배를 마셨다. 반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7.85배에 달해 고평가 논란을 부른 한미반도체와 9.46배인 포스코DX가 포함돼 의외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보통 PBR이 1배 이상이면 기업의 청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본다. 코스피 시총 10권 내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KB금융, POSCO홀딩스가 포함되지 않았다. 코스닥 시총 10위 중에는 클래시스와 리노공업만 포함됐다.

구성 종목·선정 기준 발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마켓스퀘어에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 종목 및 선정 기준 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래소는 산업군별 상대평가 방식을 채택해 특정 산업에 편중되지 않고 고르게 종목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초대형주에 쏠리지 않도록 개별종목의 지수 내 비중은 15%로 제한했다고 한다.

 

밸류업 지수는 국내 증시를 대표하면서 수익과 주주환원 등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종목을 한눈에 파악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는 게 거래소의 설명이다. 시총 상위 400위 내 종목을 대상으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기업은 제외했고,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을 한 종목은 포함했다. 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 지수는 올해 첫 개장일인 지난 1월2일을 1000포인트로 잡아 기준점으로 삼고, 유동 시총에 따라 오르고 내리도록 설계됐다. 구성 종목은 해마다 6월 선물 만기일 다음 거래일마다 연 1회 변경된다.

 

‘큰손’ 국민연금 등 기관·외국인·개미가 앞으로 밸류업 지수를 기준으로 투자에 나서면 지수에 포함된 우수 기업들로 자금이 흘러들고, 이는 다시 기업들의 가치 제고와 주주환원 확대 노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할 수 있다는 게 거래소의 구상이다.

 

또 우수 밸류업 공시 기업과 표창 기업 등은 지수 편입에 우대 혜택을 받기 때문에 밸류업 참여를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 현대차,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은 다른 기준에 미달했지만, 밸류업 조기 공시 특례를 받아 이번에 포함됐다. 2026년 6월부터는 밸류업 공시를 잘 이행한 기업 중심으로 지수를 구성할 계획이다.

 

거래소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시총 위주로 설계된 코스피200, KRX200 등 기존 지수 대비 양호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23년 6월부터 지난 8월까지 시뮬레이션한 결과 밸류업 지수(12.5%)가 코스피200(4.3%) 대비 3배 가까운 수익이 났다고 전했다. 2021년 6월부터 지난 8월까지 계산해도 코스피200은 -16.5%, 밸류업 지수는 -7.0%였다.

다만 올해 초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발표한 뒤 기업가치 제고 성과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PBR은 지난 1월2일 1.48배에서 전날 1.28배로 저평가 정도가 오히려 깊어졌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의 평균 PBR은 3.2배 수준이다. 따라서 밸류업 속도를 높이려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밸류업은 일반주주를 대하는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지배구조 개선 노력 없이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준서 한국증권학회장(동국대 교수)은 “밸류업 지수가 PBR, ROE 등이 우수한 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취지를 생각하면 유망 기업에 비중을 두는 방향이 맞다”며 “산업 평균 이상 기업을 넣으면 기업가치에 투자해서 주가를 올리도록 하는 유인이 퇴색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