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대거 유급 우려에… 의대 4곳 중 3곳 등록금 기한 ‘미정’

통상 2학기 납부 기한 8월 말까지
40개 의대 평균 등록률 3.4% 그쳐
마감일 넘길 땐 집단 유급 불가피
대부분 ‘연장 검토 중’ 또는 ‘연기’

수련병원 211곳, 전공의 이탈 불구
전년 대비 진료비 증가세로 돌아서
“현장 지킨 의료진 전폭 지원 필요”

정부가 의대생 복귀 ‘골든타임’이라고 했던 9월이 다 지나가고 있지만 의·정 갈등이 풀리지 않으면서 의대생들은 여전히 학교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2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됐으나 의대 4곳 중 3곳은 2학기 등록금 납부 기한조차 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 출석한 학생은 3%도 채 되지 않았다.

2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의대 등록금 납부 일정’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중 2학기 등록금 납부 기한을 확정한 곳은 10곳뿐이었다. 30곳은 등록금 납부기한에 대해 ‘연장 검토 중’이라고 하는 등 납부기한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내 의과대학. 뉴시스

통상 대학교 2학기 등록금 납부기한은 8월 말이고, 추가 납부기한도 9월 중순쯤 마감한다. 기한 내에 등록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제적될 수도 있지만, 의대생들은 올해 2월부터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수업을 듣지 않고 2학기 등록금 납부도 거부하고 있다. 2학기 전국 40개 의대의 평균 등록률은 3.4%에 불과하다.



정부는 의대생 집단 유급·제적을 막기 위해 각 대학에 2학기 등록금 납부 기한을 연장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대학들은 ‘최대한’ 기한을 늦추고 있는 상황이다. 납부기한을 확정한 10곳의 경우에도 이 중 4곳은 올해 11월∼내년 1월이었고, 3곳은 10월 중하순이었다. 이달 말로 기한을 정한 곳은 3곳뿐이었다. 30곳이 납부기한마저도 정하지 못했다는 것은 의대생 복귀 가능성을 매우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의대가 있는 한 대학 관계자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납부 마감 시기를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도 학생들이 복귀를 안 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에 따르면 전국 의대 재적생 1만9374명 중 2학기에 실제 출석한 학생은 548명에 그쳤다. 출석률이 2.8%에 불과한 셈이다. 40개교 중 7개교는 출석한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정부와 대학이 의대생들의 유급을 막고자 유급 판단 시기를 ‘학년 말’로 조정하고 등록금 납부기한도 늦추는 등 각종 특례를 주고 있지만 의대생들은 요지부동인 것이다. 강 의원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대학이 학사 일정을 변경했지만 실효성이 전혀 없다”며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들이 떠났지만, 병원 이용이 늘면서 수련병원 200여곳의 진료비는 전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공의 수련병원 211곳이 공단으로부터 받은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병원 등 요양기관이 받는 진찰·검사비, 처치·수술비 등)은 2조339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1% 늘어난 규모다.

전년 대비 요양급여비용은 전공의들이 집단사직한 올해 2월(-9.8%)과 3월(-11.3%) 두 달 연속 감소했으나 4월부터는 대체로 증가하고 있다. 7월에는 13.6%나 늘었다.

정부가 수련병원 경영난 해소를 위해 건강보험 급여를 선지급한 영향도 있지만, 현장을 지킨 의사 덕분에 국민들의 병원 이용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의원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하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있는 의료인들에 대한 전폭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