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만 누르면 5분 내 사망… 스위스서 조력사망 기기 첫 사용

캡슐에 들어가 버튼을 누르면 질소 농도가 변해 5분 내로 사망하는 ‘조력사망 기기’가 스위스에서 처음 사용됐다. 이 기기는 당국의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작동됐고, 스위스 경찰은 관련자들을 체포해 수사에 들어갔다.

스위스 샤프하우젠주 경찰은 24일(현지시간) 사망을 돕는 캡슐 기기인 ‘사르코’(Sarco)를 이용한 사람이 법에 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목숨을 끊도록 방조·선동한 혐의로 사르코 판매·운영 관련자들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샤프하우젠주 검찰은 검거된 이들을 상대로 형사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사르코를 발명한 안락사 지지자 필립 니슈케 박사가 지난 7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조력사망 기기인 ‘사르코’ 옆에 서 있다. 로테르담=AP연합뉴스

사르코는 전날 오후 샤프하우젠주의 한 숲속 오두막집에서 사용 승인이 나오지 않은 상태로 가동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사르코를 이용한 64세 미국 여성은 사망했다. 



사르코는 사람이 안에 들어가 누울 정도 크기의 캡슐로, 2019년 처음 공개됐다. 문을 닫고 버튼을 누르면 캡슐 내부의 산소를 질소로 바꿔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끼다 수초 내에 저산소증에 이르고 5분 내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꾸더라도 버튼을 한번 누르면 되돌릴 수 없다. 

 

이 기기는 1회 사용 비용이 단 18스위스프랑(약 2만 8000원)이다. 장치가 휴대용이라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저비용과 편리함 때문에 안락사 캡슐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력사망은 치료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직접 약물 투여 등 방법으로 스스로 죽음을 맞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인이 약물을 처방하되 환자 스스로 약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안락사와 구분된다.

스위스는 조력사망 허용국이다. 지난해에도 1200여명이 조력사망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는 2주 간격으로 최소 2번의 심층 상담을 거쳐 환자에게 약물을 처방할지를 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스위스는 사르코의 판매·사용을 승인하지 않았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지난 7월 자국에서 사르코 공개 행사가 열린 뒤 이 제품의 사용·판매가 현행법에 어긋난다는 해석을 내렸다. 안전 관련 법률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고 질소 사용을 규정한 화학물질 관련 법률에도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사르코의 스위스 도입을 추진한 곳은 ‘더 래스트 리조트’라는 단체다. 조력사망 지원 사업을 벌이는 이 단체는 스위스에서는 사르코 사용에 법적 장애가 없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