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궁당한 이임생, 울먹이며 사퇴 선언 “내 명예가 달린 일이라”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과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앞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을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임명한 것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면서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국회에서의 질의응답 중 갑작스럽게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이사는 한국 축구의 기술적인 뼈대를 정립하는 중대한 과제를 맡은 지 불과 4개월 만에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발생한 논란으로 인해 자리를 내려오게 된 것이다.

 

24일, 이 이사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이날 문체부 위원들은 그가 이끈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에 대해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강하게 추궁했다. 

 

이 과정에서 이 이사는 감정이 북받쳐 울먹이며 “내 명예가 달린 일이라…내가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에게 ‘최종 결정을 위임하겠다’는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중대한 흠결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거듭 따지자, 이 이사는 발언권을 요청하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 이사는 협회 기술발전위원장을 역임한 후 지난 5월 말, 기술 분야의 방향을 결정하는 최고직인 기술총괄이사로 취임했다. 그의 주된 임무는 ‘한국 축구 철학’의 기초를 다지는 것이었다.

 

취임 직후, 그는 한국 축구 기술 철학 발표회를 열어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 간의 연계성을 강조하며 중장기적인 비전을 발표했다. 이러한 비전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2월에 경질된 후,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6월 말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대표팀 사령탑 선임 작업은 내홍에 빠지게 됐다. 이 이사는 정 전 위원장 체제에서 홍명보, 다비드 바그너, 거스 포예트 감독을 1, 2, 3순위 후보로 좁히고, 유럽 출장을 통해 두 외국인 지도자와 직접 만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후, 7월 5일에는 홍 감독과의 만남을 통해 그를 적임자로 낙점하고 감독직을 맡아달라고 제안했고 홍 감독이 이 제안을 수락하면서 대표팀 감독직이 확정됐다.

 

올해 7월 초,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이사는 홍 감독이 연령별 대표팀과의 연속성, 감독으로서의 성과 등 8가지 사안을 고려했을 때 최적의 인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독으로서 프로축구 수원 삼성과의 마찰 끝에 2020년 7월에 아쉬운 마음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던 이 이사는 이번에도 불명예스럽게 협회를 떠나게 됐다.

 

이 이사는 이날 국회 현안 질의 도중, 위원장이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대표 선수들이 한국에 와서 잔디 상태가 정말 뛰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위원님들이 한국 축구를 위해 우리 선수들이 좋은 잔디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