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법인 명의로 계좌를 개설했더라도 은행의 심사가 부실했다면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전자금융거래법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2년 5월 은행에서 계좌 개설 담당직원을 통해 정상적인 금융거래 목적으로 사용할 것처럼 속여 법인 명의의 계좌와 체크카드 등을 발급받아 은행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당시 법인을 설립해 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한 후 체크카드 등을 넘겨주면 대가를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유령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과 2심은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와 달리 대법원은 A씨에게 적용된 업무방해 혐의가 무죄라고 판단했다. 계좌개설 신청인이 금융거래 목적 등을 허위로 제출하더라도 이를 은행 직원이 철저히 검증하지 않았다면 위계로 은행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재확인한 것이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하면서 작성한 계좌개설신청서는 내용의 진실성이 담보되는 서류라고 볼 수 없다”며 “제출된 관련 서류들도 법인 명의 계좌개설 시 기본적으로 구비해야 할 서류들로 보일 뿐, 계좌 명의자인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거나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등의 진실한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어 “법인 명의 계좌가 개설된 것은 피해 금융기관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아 계좌개설 신청인인 피고인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다”며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