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반전 日 집권여당 총재선거…국회의원 표 잡기에 사활

“휴대전화에 번호가 있는 친한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달라.”

 

일본 집권여당 자민당 총재선거에 나선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의 선거대책본부 24일 회의에서 나온 말이다. 당원·당우 판세에서는 리드를 굳혔다고 보고 국회의원 표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의지다. 이시바 전 간사장 진영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선두권인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진영 역시 국회의원 표 계산에 몰두하고 있다.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 포스터. 자민당 홈페이지 캡처

25일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 총재선거 투표권을 가진 의원, 당원·당우 판세를 조사한 결과 1차 투표(총736표)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이 126표를 얻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이 125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114표로 뒤를 이을 것으로 분석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1, 2위를 대상으로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결선투표는 총 414표고 367표가 의원 표다. 1차 투표에서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결선 진출이 유력한 세 후보가 의원표 잡기에 골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당원·당우 투표에서 1위가 예상되는 이시바 전 간사장 측은 “당원·당우표 결과를 결선투표에서 뒤집려는 하는 일은 있어선 안된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2년 선거에서 55%를 얻어 1위로 결선에 진출하고도 의원표에서 밀려 아베 신조 전 총리에 결선에서 패한 경험이 있는 이시바 전 간사장으로서는 의원표 확보가 더욱 절실하다. 요미우리는 “이시바 진영은 지원을 약속한 의원이 50명 정도라고 밝혔으나 요미우리 조사에서는 30명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경제안보상 측은 지원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은 구아베파 소속 참의원(상원) 의원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참의원들은 국회의원 선거에 대비한 장기전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 경험이 부족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불안해 하는 경향이 있다. 구아베파 소속 의원들이 아베 전 총리의 거부감이 강했던 이시바 전 간사장 지지로 기울 가능성은 적다는 계산도 작용한다. 다만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극우 경향이 강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이 “국가지도자로서는 외교면에서 불안하다”는 시선이 있다. 요미우리 조사에서 다카이치 지지 의원은 31명으로 파악됐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 지지 의원은 54명인 것으로 분석돼 가장 많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 측은 이를 더욱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1차 투표에서 1위와의 당원·당우표 차이를 10%포인트 이내로 두고 의원표에 앞서 결선에 진출한 뒤 승부를 결정한다는 전략이다. 요미우리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선택적부부별성제 찬성을 밝힌 후 자민당 내 보수층과 거리가 생겼다는 견해가 있어 최근 연설에서는 ‘애국심’을 강조하고 있다”고 짚었다.

 

선거 결과를 좌우할 의원표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주목받는 인물이 아소 다로 부총재다. 아소 부총재는 비자금 스캔들 여파로 각 파벌이 해산을 공언한 이후에도 유일하게 지금까지 파벌을 유지하고 있다. 소속 의원 54명에 대한 영향력이 강해 각 후보들 입장에서는 구애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시바 전 간사장 측은 아소파 소속이었던 이와야 다케시 전 방위상이 나서 아소 부총재를 접촉하고 있다. 다카이치 경제안보상 측은 이시바 전 간사장인 아소 부총재가 총리가 재임할 당시 퇴진을 강요해 사이가 좋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아소 부총재와 가까운 나카소네 히로후미 선대본부장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24일 아소 부총재와 직접 만나 지원을 요청했다.

 

아소 부총재는 1차 투표에서는 의원별 자유투표를 용인하지만 결선투표에서는 파벌 차원에서 특정후보를 지원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