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딸 납치했다, 골드바 가져와” 협박당한 母…금 거래소 사장이 살렸다

딸을 납치했다는 중국 국적의 보이스피싱범의 전화에 속아 골드바를 사려던 여성이 금 거래소 사장의 도움으로 피해를 면했다.

 

24일 서울 중랑경찰서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혐의를 받는 중국 국적의 A(28·남)씨 등을 지난 13일 현장에서 검거,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50대 여성 B씨에게에게 전화해 ‘딸을 납치했다’고 협박하며 자녀를 풀어주는 대가로 금품을 건네받으려 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딸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A씨의 공범에게 속아 골드바를 구입하러 중랑구 상봉동의 금 거래소를 찾았다.

 

‘빨리 골드바를 달라’며 몹시 허둥대는 B씨를 본 금 거래소 사장 C씨(57)는 보이스피싱범죄 피해임을 직감했다. 그는 범인이 전화를 끊지 않은 것을 고려해 필담으로 대화를 요청했다.

 

C씨는 “도와드리겠다, 어디서 만나기로 했냐”고 종이에 적어 물었고 B씨는 “(범인들이)아이를 데리고 있다”고 적었다.

 

C씨는 범인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큰소리로 “포장했다”고 말하며 상품 케이스 속에 골드바를 넣지 않은 채  B씨에게 건넸다. 혹시 범인들이 상품 케이스를 가져가더라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기지를 발휘한 것이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금품전달 장소에서 금품을 받으러 나타난 A씨를 현장에서 붙잡았다.

 

A씨는 피해자가 딸의 생사 확인을 요구하며 금품을 건네지 않자 검거를 우려해 현장을 벗어나려했지만 미행하던 경찰관에게 곧바로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등은 다른 피해자들에 ‘(당신의) 자녀를 납치한 뒤 마약을 강제로 먹였는데 살리고 싶으면 돈을 가져오라’고 협박하는 등의 수법으로 현금 1600만원을 추가로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을 검거하는데 결정적 도움을 준 시민에게 포상을 수여했다”며 “공범과 여죄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