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조 바이든 대통령,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미국 정·재계 거물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언론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멜로니와 바이든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합성 약물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연대’ 회의에 나란히 참석해 연설했다. 합성 약물이란 마약과 동일하게 남용되거나 해독 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화학적 합성품을 의미한다. 요즘 미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펜타닐이 대표적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타닐 반입·유통 차단에 실패했다”며 바이든 행정부를 공격하고 나서면서 약 4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바이든과 멜로니는 회의장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가 차례로 연단 위에 올라 합성 약물의 위험성을 주제로 연설을 했다. 취재진이 촬영한 사진에는 바이든과 멜로니의 다정한 대화 모습이 담겨 눈길을 끈다. 멜로니가 바이든의 왼팔 위에 손을 얹는 듯한 동작을 하며 귀엣말을 건네자 바이든도 멜로니의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부녀 관계 아닌가 착각할 만도 하다. 실제로 81세의 고령인 바이든과 달리 멜로니는 47세로 바이든에겐 딸뻘이나 다름없다.
2022년 10월 이탈리아에서 멜로니 내각이 출범했을 때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극우 지도자로 알려진 그의 정치 성향을 우려했다. 하지만 멜로니는 집권 후 이념적 편향에서 벗어난 신중한 행보로 그를 둘러싼 미국 등 서방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동참했던 이탈리아가 2023년 멜로니의 결단으로 일대일로에서 탈퇴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에게 커다른 외교적 승리로 안긴 조치로 평가된다.
지난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때 멜로니는 하마터면 곤경에 처할 뻔했던 바이든을 ‘구출’하기도 했다. 당시 바이든은 행사 도중 다른 정상들이 모인 곳에서 벗어나 혼자 엉뚱한 쪽으로 향했다. 그냥 놔뒀다면 바이든의 치명적 약점인 ‘고령 리스크’가 더욱 부각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멜로니가 직접 바이든을 따라가 그에게 올바른 방향을 안내했고 행사는 무사히 마무리됐다.
한편 멜로니는 23일에는 억만장자 머스크와 자리를 함께했다. 멜로니가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수여하는 ‘2024 세계 시민 상(Global Citizen Award)’을 받은 것을 축하하기 위한 만찬 행사에서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멜로니는 수상자를 소개하는 연설을 특별히 머스크가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 머스크는 멜로니를 “겉으로 보기보다 내면이 훨씬 더 아름다운 사람”, “진정성 있고 정직하며 사려 깊은 사람”이라고 부르며 극찬했다. 두 사람은 짧은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머스크가 유럽 극우 세력의 지도자로 통하는 멜로니에게 친근감을 표시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