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 지난 23일(현지시간) 질소를 이용한 ‘조력 자살’ 기기가 처음으로 사용됐다. 24일 AP통신에 따르면 면역 질환을 앓고 있던 64세 미국인 여성이 전날 스위스 샤프하우젠주의 한 사유지 휴양림 오두막집에서 캡슐 ‘사르코(Sarco·사진)’를 이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르코는 밀폐된 캡슐 안에 질소 가스를 내뿜어 사용자를 저산소증에 이르게 해 5분 내로 사망하게 한다.
기기를 발명한 호주 출신 의사 필립 니슈케 박사는 사르코에 대해 “버튼을 누르면 30초 이내에 공기 중 산소량이 21%에서 0.05%로 급감하고, 사망 전 약 5분 동안 무의식 상태에 머물게 된다”며 의식을 잃는 과정에서 “약간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기기 사용료는 20달러(약 2만7000원)에 불과하다.
스위스는 조력 자살을 허용하고 있지만 현지 검찰은 여성의 조력 자살을 도운 비영리단체 ‘라스트 리조트’의 대표 등 관련자 4명을 자살 유도 및 방조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스위스 내무부장관은 전날 사르코가 제품안전법에 위배되며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목적으로 질소를 사용하는 것도 법 위반이므로 기기 사용이 불법이라고 판단했다.